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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를 위한 자료

파라노이아 OR 세션의 기본적인 구조 (번역)

 

부제: 한때 영광스러웠던 파라노이아 커뮤니티, Paranoia-live.net 번역 시리즈 #4

 

역주: 이전 글인 '단편 시나리오 구상을 위한 가이드'에 나오는 용어가 사용되므로, 그 글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래 이 두 글은 하나의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로 방향성이나 주제가 좀 달라서 분리하게 되었습니다.

 

파라노이아 세션에는 일종의 구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판본에 실려 있는 기본적인 세션 구조가 아닌, 온라인 세션의 구조에 관해서 설명하고 싶군요. 기본적인 구조와의 차이를 중점적으로 해서 말이죠.

 

소개하는 단계 중에 맨 처음과 맨 나중을 제외하고는 모두 건너뛰거나 변형하거나 순서를 바꿀 수 있는 단계들입니다. 각 단계는 각기 다른 특징이 있고, 당신은 마스터링을 하면서 각각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차차 알아나갈 것입니다.

 

1) 세션 전 대화

플레이어들이 들어올 수 있게 방을 만들고 나면, 몇몇 플레이어들은 일찍 접속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기다리며 게임이 시작하기까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비록 사소하긴 하지만,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단계는 당신에게 플레이어들을 알아갈 기회를 줍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GM은 자신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즐거운 시간을 가지도록 하는 게 목표니까요.

 

많은 세션을 돌릴수록(특히 매주 같은 시각에 비슷한 시간 동안 계속 플레이한다면), 꾸준히 참여하는 플레이어 풀이 조금씩 생길 것입니다. 각각의 플레이어는 서로 다릅니다. 서로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싫어하는 것도 다르고, 저마다의 강점과 약점이 존재하지요. 이러한 것들에 대해 알아갈수록 당신은 플레이어들이 더욱 즐길 수 있는 플레이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마 대단히 높은 확률로지만 플레이어들 중에 파라노이아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 있을 경우, 세션 전 대화는 인-캐릭터적인 대화를 통해 파라노이아 특유의 분위기에 미리 익숙해지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기능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재미있는 경험을 위해서 모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기도 합니다. 뭐, 그런 경험을 상당히 괴상한 방식으로 얻는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요.

 

이미 말했듯이, 이 단계는 꽤 사소한 단계입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아예 건너뛰어 버리지는 말고요.

 

역주: 상기한 ‘세션 전 대화’를 구인 후 카카오톡 톡방이나 디스코드 채널에 있을 때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비록 이 글은 2004~2008년 사이에 쓰인 것이라 메신저 프로그램의 사용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만, 분명 EL-R-KIN 시민이 최근에 글을 썼다면 이에 대해 언급했으리라 생각합니다.

 

2) 인트로

보통 GM의 선언과 함께 세션의 막이 오릅니다. 모든 플레이어적인 잡담이 끝나고, 실제 플레이가 시작하는 것이죠. 이 단계는 GM이 인-캐릭터로서 처음 하는 말들을 지칭합니다. GM은 여기에서 캐릭터들이 어디에 있었는지와 뭘 하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적절한 편집증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뭔가를 즉시 하게 만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최소한 무언가를 할 동기라도 줘야 합니다.

 

인트로는 아마 세션을 진행하면서 치는 채팅 중 가장 긴 채팅이 될 것입니다. 묘사를 늘리고 싶으면 원하는 만큼 늘리세요. 시간이 오래 끌리지 않도록 인트로로 쓸 말을 미리 어디에 적어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 인트로 예시가 있습니다.

 

“지겹고 반복적인 업무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공동 레크리에이션 홀에 앉아 여러분에게 배정된 의무적 오락 영상 청취 시간을 즐기고 계십니다. 무장한 내무감찰부 경비들이 방의 구석마다 서서, 여러분이 틸라-O의 리얼리티 쇼를 단 1초도 놓치지 않고 즐기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보면 Jason-R이 Amy-R과 뭔가 이야기하고 있네요. 여러분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향할 때쯤, 갑자기 삐- 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그리고 스크린 위에 ‘의무적 감정 표출 지점’이라는 문자가 떠오릅니다. 내무감찰부 경비들은 씩 미소지으며 그들의 무기를 장전하는군요.”

 

아주 간단한 인트로죠, 그렇지 않나요? 플레이어들은 즉각적으로 뭔가 감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그렇게 한다면 내무감찰부 경비들도 만족할 것입니다. 물론 누군가가 아주 멍청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그 뒤로는 임무 알림이 도착합니다. 혹시 긴장감을 처음부터 조금 조성하고 싶다면, PC들이 뭘 하든지 간에 내무감찰부 경비들이 그들을 쏘려고 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궁지에 몰려 처형당하기 직전에 임무 알림이 딱 뜨면서 PC들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거죠.

 

인트로를 조금 길게 해서 ‘위기’(역주: 이전 글 ‘단편 시나리오 구상을 위한 가이드’ 참조.)에 대한 암시를 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위기’가 냉난방 시스템에 오류가 생긴 것이라면, 인트로에서 PC들은 주변이 점점 추워짐을 느끼고 PLC에 두꺼운 옷을 받으러 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인트로는 짧으면 몇 초에서 길면 15분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 길게도 가능하고, 아예 인트로로 한 세션을 끝내버리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추천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적어도 저는 절대 추천하지 않습니다.

 

3) 임무 알림

 

시간이 많거나 미리 조금 다른 방식의 임무 알림 방식을 짜온 게 아니라면, 아마 컴퓨터님이 PC들을 브리핑실로 부르는, 가장 기본적인 임무 알림을 사용해야겠죠.

 

4) 브리핑실까지 가기

플레이어 중에 파라노이아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단계입니다. 브리핑을 받기 위해선 PC들이 특정 장소에 도착해야 한다면 방 번호가 검열되어 있거나, 해당 브리핑실이 지도에 나타나지 않거나, 커다란 틈이나 장애물이 바로 앞에 있어서 돌아가야 하거나 하는, 아무튼 플레이어들이 뭔가 해야 도착할 수 있을법한 상황을 만드세요.

 

이 단계에서 파라노이아를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파라노이아에선 GM이 명백한 정보를 떠먹여 주기까지 기다리는 식으로는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정확히 어떻게 해야 도착할 수 있을지는 생각하지 마세요. PC가 적당히 뭔가 열심히 했다 싶으면 도착하게 하세요. 좀 더 숙련된 플레이어들과 플레이할 때는 인트로 지점에서 브리핑실까지 가는 길에 죽음의 함정을 깔아놓는 것도 좋습니다.

 

이 단계가 15~20분을 넘어 지나치게 길어진다 싶으면 플레이어들을 그냥 브리핑 룸에 몰아넣든가 도착하지 못한 PC는 모조리 죽이고 브리핑실 안에 다음 클론을 넣어주십시오.

 

5) 브리핑

TR에서는 보통 브리핑이 여러 명의 시민에 의해 진행됩니다. OR에서는 많은 수의 NPC를 조종하기가 다소 힘들기에, 브리핑 담당관 한두 명만 가지고 브리핑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6) 비밀 결사 브리핑

물론 그냥 비밀 지령을 캐릭터 시트에 적어줄 수도 있지만, 개인 메시지를 통해 직접 상관에게서 임무를 받는 식으로 지령을 전달한다면 플레이어들이 좀 더 플레이에 이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썩 골치 아픈 작업이기는 합니다만. 다른 장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플레이어 간에 형성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협력의 싹을 완전히 짓밟아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비밀 결사 브리핑은 임무가 딱 시작하기 전에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플레이 중 언제 줘도 상관은 없습니다.

 

7) 장비 갖추기

장비를 갖추는 데까지 도달하는 것도 하나의 시련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이미 ‘브리핑실까지 가기’ 단계를 마쳤다면 플레이어들은 슬슬 진짜 임무를 수행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XP판(역주: 정발된 트러블슈터즈도 마찬가지)에서는 적외시장이나 C-Bay를 통해 장비를 갖추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크레딧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 지옥같은 관료주의에 절여진 생산운송배급부 배급소로 보내는 것이 낫습니다.

 

8) 서비스 업무

즉석에서 떠올리기엔 R&D 장비 시험만한 게 없지만,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다른 서비스 부처에서 주는 업무도 플레이에 훌륭한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서비스 업무는 완전히 별도의 임무처럼 기능하기보다는 정식 임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군사부에서 폭발물로 가득한 통들을 임무 장소 근처까지 옮겨달라는 업무를 준다던지.

 

9) 임무 수행

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PC들은 여러 장소를 옮겨 다니게 됩니다.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장면도 그 스스로가 하나의 장소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각 장소는 최소한 장애물 하나 정도가 있어야 합니다. 부패한 내무감찰부 경비들, 비협조적인 로봇들, 지형적인 어려움들 등등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냥 PC들을 그냥 놔두고 뭘 하는지 지켜보기만 하는 것도 장애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과정을 지루해한다고 느낀다면, 빠르게 건너뛰세요. 지금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세션에서 써먹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의 목적은 플레이의 긴장감과 PC들 간의 갈등을 증대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위기’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죠. 보통 임무 수행 단계는 세션에서 가장 긴 시간 동안 진행되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10) 클라이맥스

‘충돌’(역주: 마찬가지로 이전 글 ‘단편 시나리오 구상을 위한 가이드’ 참조.)과 헷갈리지 마십시오. ‘충돌’은 보통 클라이맥스 바로 직전이나 클라이맥스 도중, 또는 디브리핑 중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실제로는 어떤 단계에서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클라이맥스는 세션에서 가장 아드레날린이 끓어오르는 부분입니다. 처절한 전투, 임무 목표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 격렬한 논쟁, 아니면 그 밖에 떠오르는 격렬한 상황이라면 어떤 것이든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습니다.

 

클라이맥스는 플레이어들 각자에게 개인 목표를 주고 부추기던가, 임무의 제한 시간이 가까워져 온다던가, 아니면 뭔가 엄청난 무언가를 플레이어들에게 풀어준다던가 하는 식으로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혹은 제 3자의 개입으로도 일으킬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상황을 진전시키는 것은 PC들 간의 적대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제 3자의 개입이란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적대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만한 무언가거나 팀원들을 희생시킬만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한편 클라이맥스를 진행할 때는 전투 라운드를 도입하여 진행이 늘어지지 않도록 하세요. 플레이어들 각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 다음 행동으로 뭘 할지 물어보거나, 아니면 고전적으로 그냥 행동 순서대로 할 일을 정하게 해도 됩니다.

 

11) 디브리핑

디브리핑에 브리핑 때만큼 많은 NPC가 등장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이제 PC들은 (물론 비난을 훨씬 더 많이 듣긴 하지만) 칭찬과 비난을 듣고 서로를 고발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서로가 충분히 말을 쏟아내길 기다린 후 (서로간의 적대감을 증대하기 위함입니다), 한 번에 한 사람씩 말하라고 하세요. 어쨌거나 당신은 진짜 컴퓨터가 아니라 인간이잖아요?

 

12) 후처리

파라노이아는 경쟁 중심의 룰입니다. 다시 말해 공식적이던 비공식적이던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는 말이죠. 잘 해낸 플레이어에게 꼭 인-게임적인 보상을 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기억에 남는 순간들과 자랑할 권리 정도면 충분할 때도 있습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적이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승진시키는 것만큼이나 좋은 보상이죠. 그래도 플레이어와 PC 모두에게 적절한(또는 의도적으로 부적절한) 보상과 처벌을 내리도록 하십시오.

 

13) 세션 후 대화

이건 세션 전 대화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반드시 당신의 생각을 플레이어들에게 공유하셔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의 어떤 행동이 마음에 들었는지 말하고, 플레이어들이 세션 중 어떤 것은 좋아했고 어떤 것은 싫어했는지 물어보십시오. 항상 귀를 기울이되, 플레이어들의 말은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라는 것을 항상 명심하십시오.

 

원본 출처: https://www.reddit.com/r/ParanoiaRPG/comments/av9yv7/pln_archive_theoretical_jibberjab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