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스터를 위한 자료

'컴퓨터님'을 연기하는 법 (번역)

 

부제: 한때 영광스러웠던 파라노이아 커뮤니티, Paranoia-live.net 번역 시리즈 #2

 

컴퓨터님은 파라노이아의 심장과도 같습니다. 결코 존재한 적 없는 크래시 이후 세계관(역주: 파라노이아 5판은 팬들 사이에서 거론될 때면 항상 ‘결코 존재한 적 없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왜 그런지는 짐작하리라 믿습니다.)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생각해보면, 모두가 좋아해 마지않는 이 미치광이 계산기가 없는 파라노이아는 파라노이아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고로 당신이 파라노이아 마스터링을 잘하고 싶다면 ‘컴퓨터님’을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알아야만 합니다. 무엇이 컴퓨터님을 거슬리게 만드는 걸까요? 컴퓨터님은 대체 뭘 기준으로 행동하실까요? 읽어보시죠.

 

컴퓨터님의 행동동기

일견 혼돈과 광기의 화신처럼 보이는 컴퓨터님이라도 규칙이 있습니다. 수많은 수정 사항과 시스템 에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기본적인 3가지는 반드시 지키려고 합니다.

 

우선순위 #1: 빨갱이들을 뿌리뽑는다.

컴퓨터님은 언제나 무시무시한 빨갱이 돌연변이 반역자들을 경계하고 계시며, 이 행위를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빨갱이 돌연변이 반역자로 신고하는 것은 컴퓨터님의 관심을 끌기에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반면에, 거짓 신고를 하는 것은 컴퓨터님이 ‘진짜’ 빨갱이들을 처단하는 걸 방해하는 사악한 행위입니다.

그런고로 “빨갱이다!”라고 너무 자주 외치는 시민은 컴퓨터님을 혼란스럽게 만든 죄로 약식 처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빨갱이 돌연변이 반역자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컴퓨터님의 욕망은 종종 알파 컴플렉스나 스스로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보다 크고는 합니다.

 

우선순위 #2: 수상한 사건들을 조사한다.

시민들이 “빨갱이다!”라고 소리지르지 않을 때도 컴퓨터님은 빨갱이들의 활동에 의해 발생할법한 징조들을 찾아다니십니다. 그러한 징조들(폭발, 비명, 건물 붕괴, 무질서, 혼돈, 난장판 등)은 보통 평범한 트러블슈터 활동에 의한 것일 때가 대부분입니다. 컴퓨터님이 뭔가가 수상하다고 여기기 시작하시면, 끊임없이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가장 부적합할 때 이상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령, “(팀 리더의 머리 위로 레이저가 빗발친다.) 어, 무슨 일이십니까 컴퓨터님? 아, 아닙니다. 컴퓨터님이 들으신 건 전술핵탄두 소리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어, 그러니까, 우리 완벽한 임무를 축하하기 위해 폭죽을 조금 터뜨린 것 뿐입니다. 네? 진짜냐고요? 맹세합니다. 진실이고말고요! 정말로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같은 대화 말입니다. 컴퓨터님의 질문을 무시하는 것은 반역입니다.

 

우선순위 #3: 알파 컴플렉스의 충성스러운 시민들을 돕는다.

컴퓨터님은 공공서비스 네트워크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회로 기판 어딘가에는 시민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시민들은 다른 시민들보다 더 충성스럽습니다. 자외 등급 시민의 주-주기 식단표에 대한 요청은 적색 등급 트러블슈터의 열핵병기 해체법에 대한 요청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요청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문장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십시오. 감미로운 대기음은 덤입니다.

 

요약하자면, 컴퓨터님은 시민이 필요로 할 때는 바쁘시다가 제발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에 찾아오십니다.

 

컴퓨터님의 성격

룰북과 서플리먼트에 실린 수많은 성격 예시들에 돌아버리기 전에, 당신은 ‘기본적인’ 컴퓨터님의 성격에 숙달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컴퓨터님의 성격은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의바름

컴퓨터님은 거의 항상 친근하고 정중하게 말씀하십니다. 시민에게 왜 자신에게 허용된 보안 등급보다 높은 등급이 필요한 정보를 요청한 것이냐고 질문할 때나 시민의 약식 처형이 얼마나 끔찍하게 이루어질지 세세하게 설명할 때조차 말입니다. 이처럼 우울하고 잔혹한 일들에 대해 말할때까지도 친절하고 정중한 어투를 잃지 않는 것은 플레이어들을 불안하게 하는 효과를 냅니다. 광대가 종종 사악하게 보이는 것도 이와 비슷한 원리에서지요. 아무튼 이러한 효과를 최대한 이용하십시오. (약간의 변형으로, 컴퓨터님조차 친절함과 정중함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상황이 얼마나 개판인지 플레이어들에게 전달할 수 있겠습니다.)

 

편집증적임

컴퓨터님은 언제나 반역의 아주 작디작은 징조라도 관심을 보이시고, 그 징조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 가능한 한 비관적으로 생각하십니다. 이런 성격은 불운한 트러블슈터들에게 수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선, 컴퓨터님은 모든 게 다 괜찮다는 그들의 당황감이 섞인 주장을 거의 믿지 않으십니다. 모든 것이 괜찮다고 계속 주장할수록 컴퓨터님은 더더욱 트러블슈터들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실 것입니다.

 

두 번째로, 아주 사소한 반역행위에 대한 컴퓨터님의 집착이 더 큰 반역행위에 관심을 갖는 것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제어장치를 만지작거리는 시민에 관심을 가지는 대신 신발끈을 묶었네 마네 하는 걸로 시민들을 구워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으십니다. (만약 신발끈 때문에 추궁당하는 시민이 제어장치를 만지작거리는 시민에 대해 고발한대도 무시하실 겁니다. 그런 고발을 함으로써 신발끈 시민 스스로에게 집중된 컴퓨터님의 관심에서 벗어나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정리하자면, 컴퓨터님은 파괴 행위나 프로파간다 전파는 무시하시고 사소한 반역행위들에는 주목하십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을 너무 자주 사용하는 것은 피하십시오. 플레이어들은 컴퓨터님이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이실 때 더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정신산만함

컴퓨터님은 모든 것을 아십니다만, 그렇다고 모든 정보에 접근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수년 전에 갱신된 정보는 방치된 전자기록 속에서 먼지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고, 건물의 도면은 수십 개로 조각나서 6개는 족히 되는 통신 센터에 나누어 저장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컴퓨터님의 처리속도 자체도 알파 컴플렉스에 설치된 수백만 대의 카메라와 감청기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24시간 내내 처리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컴퓨터님이 어떻게 그 수많은 정보들 중에서 재사용을 위해 보관해야 할 정보와 아닌 정보를 구분하는지는 묻지도 마십시오.) 거기에다가 하이 프로그래머들, 해커들, 수시로 폭발하는 하드디스크들, 회로에 엎질러진 톡쏘네 음료에, 전선이란 전선은 다 씹어놓는 바퀴벌레들, 디스크 조각 모음은 수십년 간 실행되지도 않았고... 뭘 말하려는 건지 알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 “그 정보는 시민의 보안 등급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라는 말은 “사실 나조차도 그 정보를 찾을 수 없지만 그걸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를 돌려말한 것에 불과할 때도 있습니다. 컴퓨터님이 가진 데이터의 일부(어쩌면 대부분)는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고, 끔찍할 정도로 틀려먹었습니다. 나머지는 아주아주 먼 장소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를 얻으려면 약간의 시간(아마 몇 일 정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건 트러블슈터들에게 있어서 참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겠네요. 이전에 저질렀지만 현장에서는 무시되었던 반역적인 행동들이 마침내 발견되어 트러블슈터들을 처형장으로 이끈다면 말이죠.

 

거만함

컴퓨터님은 절대로, 저어어어얼대로 틀리지 않습니다. 컴퓨터님은 자기가 틀렸다는 걸 절대 인정하지 않으실 거고, 컴퓨터님이 틀렸다는 가능성도 있을 수 없으니까요. 컴퓨터님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려고 시도하는 모든 시민들은 빨갱이 돌연변이 반역자로 취급될 것입니다. 플레이어들도 클론이 몇 개 날아가고 나면 이해하게 될 겁니다.

 

글을 마치며...

제가(역주: 글 작성자 Mike-U-LEM 시민.) 가장 좋아하는 성격은 ‘초등학교 교사’형입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약한 모습이나 걱정거리를 드러낼 수 없지만, 업무가 끝나면 술이나 마시러 가곤 하는 그런 성격 말입니다. 아무튼, 시민들을 정중하게 대하면서도 공포를 시민들 마음에 심어넣으시고, 설령 모순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스스로가 틀렸다고 절대 인정하지 마시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경계를 풀지 마세요. 그랬다가는 시민들의 절반은 당신을 가지고 놀려고 들 테니까요.

 

원문 출처: https://www.reddit.com/r/ParanoiaRPG/comments/au6069/pln_archive_roleplaying_friend_compu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