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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를 위한 자료

파라노이아 마스터링 보조 자료: 길 찾기 장면에 대하여

보안 등급: 자외

보안 등급 자외 미만의 시민이 이 정보를 알거나 보유하는 것은 반역이며, 즉결 처형의 대상이 됩니다.

 

 

파라노이아를 대표하는 장면은 뭐가 있을까요? 모함과 궤변이 난무하는 인민재판이라던지 방금까지만 해도 앉아있던 벤치가 갑자기 폭발한다던지 하는 모습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상 리플레이에 항상 한 번씩은 등장하는 길 찾기 장면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구 파라노이아 커뮤니티였던 Paranoia-live.net에서는 길 찾기 장면을 파라노이아를 처음 해보는 플레이어가 거쳐야 할 일종의 튜토리얼이나 첫 시련처럼 여기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도, 길 찾기 장면은 플레이어들에게 '파라노이아에서는 임무 수행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며 이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과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보통 죽는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GM 스스로 귓말 처리 능력을 테스트해 보는 역할도 되고요. 문제가 있다면, 룰북에는 길 찾기 장면에 대한 언급도 설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 고로 이번 글에서는 길 찾기 장면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알파 컴플렉스의 이동 수단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등을 (다소 경험에 근거하여)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언제나 말하듯이 파라노이아 마스터링에는 (그리고 다른 룰 마스터링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길 찾기 장면은 이래야 한다!' 보다는 그저 참고 자료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아, 파라노이아 플레이어는 이하의 내용을 절대로 열람해서는 안됩니다. 이는 시나리오를 미리 확인한 상태로 해당 세션에 참여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반역행위입니다. 반역행위니 뭐니 하지 않아도, (적어도 파라노이아에서 만큼은) 이미 그 과정과 결과, 해답을 아는 상태에서 세션을 진행하는 것만큼 따분하고 지루한 일은 없을 겁니다. 위의 '보안 등급: 자외'는 그저 장난으로 달아놓은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에서 제시하는 판정은 대체로 트러블슈터즈판의 판정이지만, 판정만 조금 변경하면 RCE판이나 다른 판본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길 찾기 장면의 등장 시점

길 찾기 장면은 언제 등장하는 것이 이로울까요? 이 장면이 일종의 튜토리얼 역할을 한다는 걸 고려해 보면, 아무래도 임무 알림을 받은 직후, 그러니까 브리핑 장소까지 이동할 때 집어넣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래도 시간제한을 설정(TR의 경우 15~20분, OR의 경우 30분 정도를 추천)하기에도 편리하고요. 만약 시나리오의 구조로 인해 브리핑 장소까지 간단하게 이동하게 되었다면, 브리핑 장소 직후에 들르는 곳(장비 배급을 위한 장소라던가 서비스 업무를 전달하기 위한 장소)으로 이동할 때 길 찾기 장면을 넣는 것도 좋겠습니다.

 

길 찾기 장면을 서비스 업무나 장비 배급 후 메인 임무 진행 전에 끼워 넣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 될 경우 트러블슈터가 단순히 임무 장소에 먼저 도착하는 선에서 만족하지 않고 메인 임무의 핵심 요소들을 먼저 접하고 해결하거나 파괴해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확률로 존재합니다. 그러니 이 경우는 임무 장소에 먼저 도착한 트러블슈터가 할 일들을 컨트롤하거나 감당 가능할 때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먼저 도착한 트러블슈터가 메인 임무의 핵심 요소들을 먼저 발견하고 해결하거나 파괴하는 상황을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의 허무함이나 세션 만족도나 그런 걸 고려해봤을 때, 시나리오 자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는 아주, 아주 아주 끝내주는 함정을 파서 다른 시민들이 메인 임무에 도착하는 걸 완전히 막아내는 데 성공한 영리하고 기민한 시민에게만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1안: 인트로 - 임무 알림 - (길 찾기 장면) - 브리핑 - 서비스 업무 or 장비 배급 - 메인 임무 - 디브리핑 (안전)
2안: 인트로 - 임무 알림 - 브리핑 - (길 찾기 장면) - 서비스 업무 or 장비 배급 - 메인 임무 - 디브리핑 (중간)
3안: 인트로 - 임무 알림 - 브리핑 - 서비스 업무 or 장비 배급 - (길 찾기 장면) - 메인 임무 - 디브리핑 (위험)

(안전, 위험은 해당 장소에 도착한 트러블슈터가 시나리오의 핵심 전개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나타냅니다)

 

길 찾기 장면을 두 번 이상 넣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미 한 번 겪은 장애물을 똑같이 겪는 건 별 의미가 없을뿐더러 동일한 구조의 장면을 반복해 넣으면 그저 세션이 루즈해질 뿐입니다. 게다가 트러블슈터들에게는 서로에게 음모를 꾸미고 고발하고 말다툼할 시간도 부족하답니다.

 

 

길 찾기 장면이 시작되는 장소

트러블슈터들은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되기 직전에 어디에 있었나요? 평범한 사무실? 트러블슈터 숙소? 광장?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는 내무감찰부 심문실? 그 장소가 어디인지에 따라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찾는 데 여러 가지 변수나 장애물, 아니면 이점이 생깁니다.

 

기본적으로 트러블슈터들에게는 PDC(RCE판의 경우에는 코어-테크)가 있고, 보통은 그걸 검색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깊은 지하에 있거나, 신호가 통하는 곳으로부터 지나치게 막혀 있거나, 통신 방해 장치가 작동하고 있다면 PDC나 코어 테크는 사용이 불가할 수도 있습니다. PDC가 없다면 트러블슈터들은 접근 가능한 검색용 단말기를 찾거나 다른 시민의 PDC를 슬쩍해야 할 것이고,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에 있다면 바깥으로 나가야 하겠죠.

 

길 찾기 장면이 시작되는 장소는 트러블슈터들이 다른 시민과 접촉하는 데도 영향을 줍니다. 트러블슈터들이 있던 장소가 대식당이나 광장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면 트러블슈터들은 다른 시민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한결 유리할 것이고(팀원들을 포함한 다른 시민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잠입 판정을 실시합니다), 자신과 비슷한 등급의 시민들에게 말을 걸 기회도 주어지겠죠. 중요하거나 전문적인 시설(주로 동력지원부나 기술지원부나 연구개발부 산하의 기관들)에 있다면 보다 높은 등급의 시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한편으로 트러블슈터들이 인적이 드문 외딴 장소에 있다면 그 근처를 지나는 것은 운 없이 길을 잘못 든 적외 등급 시민 한 명이나 윙윙대며 온 구석을 돌아다니는 청소로봇 한 대 정도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길 찾기 장면이 시작되는 장소가 위험하다면 길을 찾고 뭘 하고 하기 전에 거기서 탈출부터 해야 할 겁니다. 가령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 운송로봇 위라던가, 일정 시간 내로 트러블슈터들이 나가지 않으면 폭발하는 브리핑실이라던가, 레이저가 난무하는 군사부 사격연습장이라던가...

 

 

트러블슈터들의 수단 1: 컴퓨터님에게 물어보기

트러블슈터들은 PDC나 (RCE판의 경우) 코어-테크, 복도에 있는 CCTV에 직접 말 걸기, 고해 부스 진입 등으로 컴퓨터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습니다. 트러블슈터즈 판에서는 컴퓨터님께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할 때 자료분석 스킬로 판정합니다. 다만 그나마 실용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RP로써 질문을 구체적이고 오인될 소지가 없도록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자료분석 판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부적절하거나 지극히 엉뚱하고 비실용적인 답변을 받습니다.

 

가령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알려 주세요.'라고 질문했다면 제한 시간보다 오래 이동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목적지로 가는 빠른 길을 알려 주세요.'라고 질문했다면 빠르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길을 알려주는 식입니다. '목적지로 가는 빠르면서도 안전한 길을 알려 주세요.'라면 십중팔구 그 길은 녹색 등급은 되어야 지나갈 수 있는 길이겠죠.

 

한편 비실용적인 답변의 예시로는 '시민은 목적지로부터 약 580m 거리에 있습니다. 현재 위치에서 왼쪽으로 37도 틀어 그대로 쭉 직진하십시오.' 라던가, '죄송합니다, 해당 정보는 시민의 보안 등급으로는 열람할 수 없습니다.' 라던가, '시민의 능력을 완전히 사용하려 시도한 후 제게 질문하는 것이 맞습니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건 임무의 수행을 게을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지금 즐거우신 게 맞습니까?' 같은 걸 들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컴퓨터님에게 직접 정보를 얻는 것을 어렵게 하는 것은 지극히 고의적입니다. 만약 트러블슈터들이 컴퓨터님에게 도움을 구하거나 질문하여 손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이후에 다른 난관을 마주했을 때도 컴퓨터님에게 해결을 떠넘기려 할 수도 있습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생각입니다. 아예 처음부터 '컴퓨터님은 임무 수행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님을 부르는 건 위험하다'라는 것을 플레이어들에게 인식시키는 편이 더 이롭습니다. 파라노이아 특유의 누구도 믿지 못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고요.

 

 

트러블슈터들의 수단 2: 다른 시민/로봇에게 물어보기

트러블슈터들이 인적 없는 장소에 있는 게 아니라면, 다른 시민이나 로봇을 찾아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장소에 있다면 일단 사람이 보이는 곳으로 나와야 하겠죠!) 트러블슈터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적외 혹은 적색 등급 장소에서는 어렵지 않게 적외~주색 등급 시민을 찾아볼 수 있겠으나, 고위 등급 시민(녹색 이상)을 찾아본다고 한다면 독단 판정을 하여 성공할 경우 등장시키도록 하세요. 고위 등급 시민을 찾아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행동을 RP로 덧붙인다면 약간의 보너스를 줘도 괜찮습니다. 한편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만한 로봇으로는 잡일로봇이나 청소로봇, (아주 흔하진 않지만) 경비로봇 정도가 있습니다.

 

 

1) 본인 등급보다 낮은 등급의 시민과 대화를 시도한다. (주로 쓰이는 스킬: 협박, 웅변)

우리의 보잘것없는 트러블슈터들에게 잠시나마 계급과 권력의 달콤한 맛을 보여 줄 시간입니다. 엄밀히 말해 공식적으로 룰북엔 '적색 등급 트러블슈터의 명령은 적외 등급 시민도 잘 듣지 않는다'라고 적혀 있긴 하지만, 이런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여러 파라노이아 리플레이들에서는 적외 등급이 적색 등급에게 설설 기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기도 하고요.

 

트러블슈터들이 적색 등급이라는 가정 하에, 트러블슈터보다 낮은 등급의 시민이라고는 적외 등급 시민들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적외 등급 시민들은 트러블슈터들과 엮이는 순간 죽음이거나 나쁜 상황에 처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제에 절어 그 정도의 판단도 할 수 없는 시민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트러블슈터가 말을 거는 순간 두려움에 떠는 적외 등급 시민을 묘사해 주세요. 트러블슈터들은 RP를 통해 적외 등급 시민을 안심시키거나 타이를 수도 있고(심리요법 판정), 컴퓨터님이 내린 임무의 권위로 압박할 수도 있고(협박 판정), 적외 등급 시민과 거래를 해서 적외 등급 시민이 이득을 보는 것처럼 느끼도록 사기를 칠 수도 있고(사기극 판정), 다수의 적외 등급 시민들에게 연설하여 도움을 이끌어낼 수도 있겠습니다(웅변 판정). RP를 얼마나 맛깔나게 했느냐에 따라서 판정에 보너스를 주던가 패널티를 주던가 하세요.

 

만약 판정에 성공할 경우, 적외 등급 시민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쏟아냅니다. 다만 적외 등급 시민이 아는 정보는 적색 등급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것보다도 한참 한정적입니다. 따라서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면 어떠어떠한 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던데, 그걸 타면 원하는 장소에 도착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나 '어디어디 복도를 지나고 어디어디 복도를 지나면 거기 근처로 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시기 바랍니다. 굳이 판정 성공한 플레이어에게 다른 판정을 시도하게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정확한 가는 길을 알려줘도 상관없습니다.

 

판정에 실패할 경우, 적외 등급 시민은 애걸복걸하며 자신이 그 정보를 정말 진심으로 모른다는 걸 어필하거나, 다른 더 높은 등급 시민의 명령을 이미 받고 있었다는 식으로 둘러댄다던가, 적외 등급 시민이 사실은 위장하고 있던 녹색 등급 내무감찰부 요원이거나, 퉁명스럽게 자기는 모르고 알려줄 생각 없으니 죽일 테면 죽이라고 하던가(실제로 죽인다 해도 트러블슈터한테 아무 이익이 없다는 건 사실입니다), 귓속말로 알려준다고 하고는 공산주의 프로파간다를 함께 전달하는 등의 반응을 보입니다. 

 

 

2) 본인 등급과 같은 등급의 시민과 대화를 시도한다. (주로 쓰이는 스킬: 사기극, 뇌물)

같은 적색 등급 시민들은 적외 등급 시민들보다도 비협조적이며, 넌지시 뇌물을 요구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함부로 막 대할 수 없다는 것과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신뢰성이 조금 더 높다는 걸 제외하면, 적외 등급 시민을 상대할 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적색 등급 시민에게 사기극, 협박, 허세 등의 판정을 시도해 실패했다면, 역으로 그 시민이 트러블슈터를 고발하고 나설지도 모릅니다.

 

 

3) 본인 등급보다 높은 등급의 시민과 대화를 시도한다. (주로 쓰이는 스킬: 아첨, 허세, 뇌물)

트러블슈터들이 적색 등급이라면, 트러블슈터들이 광장이나 복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높은 등급은 주색에서 황색, 잘해봐야 녹색 등급 정도입니다. 물론 마스터의 변덕으로 청색 등급 시민 하나 정도가 그날따라 적색 등급 광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래도 상관없습니다. 높은 등급인 시민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사소한 문제로 자신에게 달라붙어오는 트러블슈터들은 귀찮기 그지없습니다. 사실 녹색 등급을 넘어가면 고작 10 크레딧, 20 크레딧 정도 되는 푼돈은 뇌물 거리도 안 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보통 트러블슈터들이 높은 등급 시민에게 접근할 때는 아첨이나 뇌물을 통해 시민의 호감을 사서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첨을 시도한다면 RP를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뇌물을 주려 시도한다면 얼마나 주는지 등을 고려해 아첨 판정이나 뇌물 판정을 실시하세요. 성공도가 적당하다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성공도가 6 이상이라면 수단 4의 5번이나 6번처럼 높은 등급 시민만이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쓰도록 허락해주면 됩니다.

 

트러블슈터가 높은 등급 시민을 협박하려 하는 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회색 서브넷에서 높은 등급 시민의 반역행위를 녹화한 영상이나 문서 같은 걸 구한 경우가 아니라면, 높은 등급 시민을 협박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할 뿐더러 대부분의 경우 높은 등급 시민에게 반항한 혐의로 반역점이나 쌓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작 적색 등급 시민의 길 안내 요청을 무시했다는 이유만으로' 높은 등급의 시민을 고발한 트러블슈터가 있다면 그 용감함을 칭찬해 주고 없애버리시기 바랍니다. 높은 등급 시민의 증언은 고작 적색 등급인 트러블슈터들 여럿의 증언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알려줄 때입니다.

 

 

4) 로봇과 대화를 시도한다. (주로 쓰이는 스킬: 로봇 운용, 사기극, 아첨 등)

일단 대부분의 경우, 알파 컴플렉스의 로봇은 시민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청소로봇과 잡일로봇은 말할 것도 없고, 그나마 아시모프 회로를 잘 따르는 편인 경비로봇마저 트러블슈터들의 말을 잘 안 들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건 아니죠. 우선 트러블슈터가 정석적으로 로봇에게 길과 관련된 무언가를 물을 경우, 로봇 운용 판정을 실시합니다. 단, 엄밀히 말해 시민들의 길 찾기 질문에 답해주는 것은 청소로봇이나 경비로봇의 업무와는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성공도가 4 이상 나와야 성공한 것으로 간주하세요. 실패한다면 로봇이 명령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엉뚱하게 알아들은 것입니다. 성공도가 -10 이하로 실패한다면 그 질문 하나가 한계에 몰려 있던 로봇 두뇌와 아시모프 회로를 박살내고 로봇을 폭주하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만약 트러블슈터가 로봇이 길을 알려주도록 하기 위해 이런저런 수작을 부린다면 그에 맞는 판정을 실시하세요. 가령 로봇에게 수리가 필요해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고 자신은 그걸 알리러 왔다고 한다면 사기극 판정을, 컴퓨터님이 자신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기셨으니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잡일로봇으로 강등당할 것이라 한다면 협박 판정을, 알파 컴플렉스를 위해 일하는 로봇의 노고를 치하하며 성의를 표하면 아첨 판정을 하는 식입니다. RP하는 걸 보고 판정에 성공하면 적절한 방식으로 길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5) 반역적인 수단으로 로봇에게 정보를 얻는다. (주로 쓰이는 스킬: 로봇 프로그래밍, 해킹, 운영체제)

뭐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로봇 프로그래밍이나 차량 프로그래밍이나 해킹이나 운영체제 판정을 실시하세요.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최소한 PDC와 케이블 정도는 있어야 해킹을 시도해 볼 수 있을 법합니다만, 그런 것에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면 그냥 맨손인 상태로도 가능하다고 해도 됩니다. 파라노이아 세계관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해킹/프로그래밍 수단이 없으면 어떤 수단을 써야 하는지도 모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트러블슈터들의 수단 3: 알파넷 검색하기 or 기억을 떠올리기

트러블슈터들은 복도나 광장에 있을 법한 검색용 단말이나 각 트러블슈터에게 하나씩 지급되는 PDC를 이용해 알파 컴플렉스의 네트워크, 즉 알파넷(AlphaNet)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트러블슈터들이 원하는 정보를 알파넷에서 찾아보려 한다면, 자료검색이나 접근성 판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트러블슈터가 본인 등급으로는 볼 수 없는 정보까지 검색하길 원한다면 해킹이나 운영체제 판정이 필요합니다. 전자의 경우 실패했을 때 보다 안전하지만 모호한 정보가 나올 수 있고, 후자의 경우 검색 결과로 나오는 경로에 있는 세세한 요소를 알아볼 수 있지만 실패했을 때 많이 위험합니다. (현재 보안 등급으로 허가되지 않은 스킬을 사용하는 것은 반역점 10점짜리 행동입니다.) 아무튼 다른 시민들이 PDC를 다들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니라면, 검색 결과는 검색을 시도한 트러블슈터에게만 비밀로 알려주면 되겠습니다.

 

<알파넷 검색 결과 예시>

1) 자료검색 혹은 접근성으로 판정, 실패 시
 - [본 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생산운송배급부 서식 R-2983을 664번 창구에 제출해 주십시오.]
 - 현재 위치에서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무려 세 섹터를 지나야 하는 둘레길 산책 코스를 알려준다.
 - 터미널 포트의 위치를 알려준다. (아래의 수단 5 문단 참조)

2) 자료검색 혹은 접근성으로 판정, 성공 시
 - XXX에 있는 맨홀로 들어가 지하 운송로봇 터널을 지나 3번 출입구로 나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 현재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쭉 가서, 23번 복도를 지나고, 34번 엘리베이터를 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 현재 위치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곳에 트랜스튜브 승강장이 있으며, 상행 트랜스튜브를 타고 세 정거장 후 내리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3) 해킹 혹은 운영체제로 판정, 실패 시
 -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플레이어 모르게 반역점이 10점 오른다.)
 - 사이렌이 울리고 판정을 시도한 시민의 죄를 지적하는 내무감찰부 요원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시끄럽게 울린다.
 - 성공한 것과 같은 자료를 얻지만, 해킹 기록이 네트워크에 그대로 남아 디브리핑 때 심문당한다.

4) 해킹 혹은 운영체제로 판정, 성공 시
 - XXX에 있는 맨홀로 들어가 지하 운송로봇 터널을 지나 3번 출입구로 나오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해당 터널은 5분에 한 번씩 운송로봇이 지나가는 장소이므로, 운송로봇이 오면 통로에 50m마다 있는 작은 홈에 들어가 피하라.
 - 현재 위치에서 오른쪽으로 쭉 가서, 23번 복도를 지나고, 34번 엘리베이터를 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34번 엘리베이터의 일일 접근 암호는 '패스워드'다!
 - 현재 위치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트랜스튜브 승강장이 있으며, 상행 트랜스튜브를 타고 세 정거장 후 내리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해당 트랜스튜브 승강장의 역무원은 기계화 연맹의 단원이며, 고개를 반시계 방향으로 천천히 두 바퀴 돌리면 무료로 트랜스튜브를 태워준다는 소문이 있다.

 

정말로 우수하고 지리에 해박한 시민이라면 PDC로 알파넷을 뒤적이지 않고도 길을 떠올려낼 수 있을 것입니다. 트러블슈터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목적지에 대한 지식을 찾아보려 하면 노련미환경공학 판정을 하세요. 노련미 판정에 성공하면 목적지로 향하는 일반적인 이동법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환경공학 판정에 성공하면 트러블슈터는 목적지로 연결된 환풍구나 하수도 따위의 길을 떠올리게 됩니다. 성공도가 높을수록 더 자세한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성공도가 8을 넘으면 자신만 이동할 수 있는 안전한 루트와 다른 시민들을 낚을 수 있는 위험한 루트 두 가지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트러블슈터들의 수단 4: 알아낸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 찾기

목적지의 위치를 알아냈다면, 목적지로 이동해야겠죠. 목적지의 위치를 찾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트러블슈터에게 '사실 그 목적지는 여기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습니다~'라고 말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아니할 경우를 위해, 트러블슈터들이 찾아낼만한 교통수단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튼튼한 두 다리 (적외)

시간이 넉넉하고, 두 다리가 멀쩡하다면 시도해 볼 법합니다. 아니면 단순히 길은 찾았지만 교통수단을 확보하지 못해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뛰어보는 것이거나요. 어떤 경우던 간에 순발력 판정을 실시하고,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생각해 판정의 난이도를 조절하세요. 가령 원래라면 도저히 걷거나 뛰어선 도착할 수 없는 거리였다면 깔끔하게 크리티컬이 나왔을 때만 도착할 수 있게 하는 식입니다. 마치 돌연변이 능력을 사용한 것처럼 묘사한다면 '성공하는 대신 다른 트러블슈터들의 의심을 받는'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2) 복잡하게 이어진 지하 유지보수 터널의 지름길 (적색)

알파 컴플렉스의 지하.. 그러니까 하층 구조물에는 시설과 시설을 연결하는 유지보수용 터널이 잔뜩 존재합니다. 유지보수 터널이 너무 단조롭다면 하수도나 환풍구, 공사하다가 잘못 뚫어놓고 교묘하게 감춰둔 빈 공간 같은 걸 대신 제시해도 좋습니다. 제대로 된 길을 알기만 한다면 빠르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지만, 먼지가 잔뜩이라던지 불쾌한 냄새가 난다던지 하여 다른 시민에게 지적받을 거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여기 들어온 게 아니라면, 이 복잡한 미로에서 빠져나가려면 환경공학 판정에 성공해야 합니다. (참고로 통계에 의하면, 플레이어들의 20%가량은 환경공학을 약점분야로 지정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판정할 수는 있지만, 판정에 실패할 때마다 헤매느라 5분을 낭비하게 됩니다.

 

 

3) 클론 전송용 진공 파이프 (적색)

새로운 클론이 튀어나오는 진공 파이프를 이용하여 이동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형은 Portal 2에 나오는 진공 파이프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단 목적지까지 이어져 있기만 하다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법한 교통수단이지만, 그게, '진공' 파이프다보니 호흡할 수 있는 산소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트러블슈터가 진공 파이프에 몸을 내맡겼을 때 알려주면 효과가 좋습니다) 진공 파이프에 탑승했다면, 관리 판정이나 독단 판정을 실시하고 결과를 확인합니다. 판정에 성공한다면 질식사하거나 맞은편에서 다른 클론이 날아오는 일 없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달한 것입니다.

 

 

4) 트랜스튜브 (적외부터 자외까지 다양. 등급에 따라 이용 가능한 노선과 출구가 다름)

트랜스튜브는 알파 컴플렉스 시민들이 (두 다리 빼고) 아마 가장 많이 이용할 교통수단으로, 그 외형은 레일이 깔린 콘크리트 터널 위를 달리는 지하철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민들은 보통 주색 등급 역무원이 관리하는 트랜스튜브 승강장에서 일정한 요금을 지불한 후 트랜스튜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요금은 현재 장소와 목적지 간의 거리에 비례하고, 거기에 역무원 시민의 바가지도 붙습니다. 노련한 트러블슈터라면 이를 노련미개수작 탐지 판정으로 알아채려 시도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트랜스튜브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이 동시에 여러 명이라면, 일부러 트랜스튜브의 정원을 그보다 적게 잡아 트러블슈터들 간의 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겠습니다.

 

 

5) 택시 (Autohack, 황색. 특별한 조건 하에서는 적색 등급이나 주색 등급 시민도 이용 가능)

PDC로 호출해서 이용하는, 현실의 카카오택시나 뭐 그런 걸 생각하면 됩니다. 다만 황색 등급 이상인 시민들만이 택시를 호출할 수 있고 탑승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걸리지 않고 이용하려면 황색 등급 시민의 PDC를 훔쳐서 활용하거나(손장난 판정), 황색 등급 시민을 어떻게든 구슬려보거나(아첨, 협박, 허세 판정 등), 황색 등급 시민으로 변장해서 이용한다는(변장 판정) 등의 과정이 한 번 더 필요합니다. 아니면 택시에 내장된 자동운행시스템을 구슬려 보던가요.

 

 

6) 누군가가 복도에 세워 둔 자동차 (Autocar, 녹색 ~ 남색)

이런, 누군가가 복도에 자동차를 세워 둔 모양이네요! 차 주인이 차 주변에 있다면 수단 2의 3번을 참조하고, 아닐 경우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차를 '빌릴' 수 있습니다. 잠겨 있는 자동차의 문을 억지로 열려한다면 격투백병전 무기 판정을, 자동차 문의 구조를 파악해 스무스하게 열려 한다면 기계공학이나 차량운용 판정을, 차량의 경보 장치를 해제하는 방법을 알아내려 한다면 전자공학이나 보안체계 판정을 하는 식입니다. 그렇게 자동차를 빌린 후에도 과연 자동차의 자동운행시스템이 트러블슈터에게 협조적일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차량 프로그래밍에 능통하다면 꽤나 도움이 될 겁니다.

 

 

트러블슈터들의 수단 5: 목적지를 몰라도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

다른 말로 '실험적인 교통수단'이라고도 합니다. 일본 쪽의 파라노이아 리플레이에서는 유난히 '터미널 포트'라는 이동 수단이 종종 보이는데, 룰북에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이동 수단은 아닙니다. 아마 플레이가 반복되면서 굳어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우리도 이 실험적인 교통수단을 터미널 포트라 부르기로 합시다.

 

터미널 포트는 목적지로 가는 길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그 이름만 알면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현재는 시험 운용 중에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파라노이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는 알지만, 시험 운용이란 일반적으로 죽음을 나타냅니다) 트러블슈터들이 '목적지로 가는 길을 정확히 알아보기 전에 교통수단부터 먼저 찾을 경우'나 '목적지를 알고 있지만 시간이 현저히 적게 남아 있어 섣불리 교통수단을 알아보기 힘든 경우'에 소개해주면 좋습니다.

 

<터미널 포트 소개 상황 예시>

GM: "지금 이용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교통수단으로는 터미널 포트가 있습니다. 터미널 포트는 목적지로 가는 길을 몰라도 그 이름만 알고 있다면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할 수 있는, 알파 컴플렉스 최신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플레이어: "멋지네요! 터미널 포트는 어디로 가야 이용할 수 있나요?"
GM: "터미널 포트는 여기에서 복도 2개를 지나면 갈 수 있는 곳에서 시험 운용 중입니다. 참고로, 터미널 포트를 이용한 시민 1000명 중 998명은 실종되었습니다. 분명 첨단 기술을 누릴 자격이 없던 빨갱이 반역자들이었겠죠."
플레이어: "그, 그렇군요! 정말 멋진 교통수단이네요! 어... 혹시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볼 수 있을까요?"
GM: "시민, 혹시 지금 터미널 포트의 안정성을 의심하시는 겁니까?"
(플레이어가 다른 플레이어들의 트러블슈터를 터미널 포트로 먼저 밀어 넣으려 시도한다)

 

터미널 포트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는 마스터가 알아서 지정하세요. 가령 거대한 구 형태의 캡슐을 발사하는 대포 형태일 수도 있고,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만한 크기의 납작한 순간이동용 원반일 수도 있고, 각종 센서와 전선이 달린 커다란 관 모양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터미널 포트 주변에는 시험 운용에 참여한 시민의 이름을 기록하는 주색 등급 시민이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의 발명품을 시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난 녹색 등급 연구원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트러블슈터가 터미널 포트로 이동하려고 할 때, 20면체를 2번 굴려 둘 모두에서 1이 나오면 (RCE판의 경우 6면체 4개를 굴려 넷 모두에서 6이 나오면) 트러블슈터의 하반신이나 상반신이 누락되는 일 없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눈앞에서 한 명 정도가 그렇게 사라지면, 그 뒤에 있는 시민은 터미널 포트를 조작하여 안전하게 이동하려 시도해 볼지도 모릅니다. 이때, (트러블슈터즈판 기준으로) 단순한 기계공학이나 장비보수 등의 판정으로는 터미널 포트를 조작할 수 없으며, 오직 비밀 스킬인 '시험 운용 장비 관리'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스킬 판정에 성공한다면 터미널 포트를 '수리' 또는 '조작'해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는 것이 됩니다.

 

터미널 포트를 사용한 시민의 말로는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시민을 태운 캡슐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마하 3의 속도로 목적지에 처박혀 반죽이 되거나, 순간이동을 위해 분자 단위로 분해되는 도중 일부(주로 생명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쪽)가 누락되거나, 뭔가 잘못되었는지 매끈한 대리석 조각상이 되어 목적지에 나타난다거나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트러블슈터들의 수단 6: 비밀 결사와 접촉하기

일단 수단으로써 소개하기는 하는데, 실제로 이 방법을 택하는 플레이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간 트러블슈터들은 자신의 PDC나 미리 지정된 연락 장소(있다면) 등을 통해 비밀 결사와 접촉할 수 있습니다.

 

물론 PDC는 암시장에서 구한 게 아니라면 모두 내무감찰부의 감시를 받고 있으므로, 만약 트러블슈터가 감청에 대한 아무런 대비 없이 PDC를 통해 비밀 결사에게 길을 물어본다고 한다면 GM은 운영체제 판정을 비밀리에 (즉, 어거지 점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실시하세요. 판정이 실패한다면 그 대화는 내무감찰부에서 감청하고 있는 것으로, 디브리핑 때 증거 자료로 제시되거나 블랙메일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감청에 대비한다면 운영체제 판정을 실시하게 하되, 이번 판정에 한해 운영체제 스킬의 실력이 +5된 것처럼 취급하세요. 감청에 대비한다는 RP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을 줄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한편, 과연 비밀 결사에서 우리의 트러블슈터에게 정보를 건네줄지는 접근성 판정(트러블슈터즈 룰북 58p 참조)의 결과로 판단합니다. 만약 접근성 판정에 실패한다면 비밀 결사는 트러블슈터가 요청한 정보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하거나, 비밀 지령을 하나 더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정보를 건네주거나, 아니면 연락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등의 행동을 취합니다. 어쩌면 접근성 판정에서 펌블이 나오면 비밀 결사 계급을 하나 내리거나 비밀 결사가 트러블슈터를 손절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길 찾기 장면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

경험상 길 찾기 장면이 잘 진행되지 않는 건 크게 두 가지 경우입니다. 우선 첫째는 시민들이 모두 갈라져서 각자 저마다의 비밀 행동을 하느라 GM의 비밀 선언 처리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 위의 내용대로 길 찾기 장면이 진행된다면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긴 합니다. 사실 근본적인 해결책은 GM이 비밀 선언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분리된 시민들끼리 그룹을 나누어 장면을 따로 진행하도록 해볼 법 합니다.

 

물론 한 그룹이 장면을 진행할 때는 다른 그룹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해야 합니다. 한편 한 그룹에서 지나치게 시간을 오래 끌면 나머지 그룹의 플레이어들이 지루해할 가능성이 높으니, 시간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트러블슈터즈 판을 사용 중이라면 대기하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장면을 진행 중인 플레이어들이 실시하는 판정에 어거지 점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면 좀 더 재미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머지 하나는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 트러블슈터들이 임무 알림이 전파된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보통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 어떤 행동을 하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여 움직이지 않는 경우, 그리고 다른 캐릭터들이 먼저 행동하면 그에 얹혀 가려고 눈치만 보고 있을 경우 이렇게 3가지 상황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플레이어들이 자신의 캐릭터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 이는 GM이 현재 상황이나 주변의 모습에 대해 충분히 묘사하지 않아서 그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물론 플레이어들이 충분히 파라노이아적 감각이 있다면 '저희 주변에는 뭐가 있나요?' 같은 질문을 통해 상황을 알아보려 하겠지만, 모든 플레이어들이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트러블슈터들이 위치해 있는 장소는 얼마나 넓은지, 근처를 지나다니는 다른 시민들은 있는지, 로봇은 있는지, 눈에 띄는 구조물이나 뭐 그런 건 없는지 등을 묘사하여 트러블슈터들에게 뭘 할 수 있는지를 희미하게나마 제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통 이러한 주변 환경 묘사는 임무 알림 단계 전, 그러니까 장면 시작할 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어떤 행동을 하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여 움직이지 않는 경우, 시간의 경과와 시간 내로 도착하지 못할 경우 트러블슈터가 어떻게 될지를 계속 언급하여 트러블슈터들에게 아무튼 뭔가 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심어주세요. 가만히 서 있다가 죽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게 더 좋다는 걸 납득시켜야 합니다. 뭐라도 해보려고 하면 GM이 자비를 베풀어 줄지도 모르잖아요?

 

세 번째로 얹혀 가려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경우. 괜찮습니다. 그저 느긋하게 시간 경과만 계속 짚어주세요. 어차피 그렇게 눈치 보다가 아무도 안 행동한다는 걸 알면 스스로 뭐라도 하려고 할 겁니다. 안 한다고요? 아, 됐어요. 그럼 그냥 죽으라 그러세요. 

 

 

길 찾기 장면의 해결

길 찾기 장면에 할당된 제한 시간이 다 되었거나 GM이 미리 정해둔 만큼의 인원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길 찾기 장면이 끝납니다. 잽 스타일이었다면 도착하지 못한 시민들을 모조리 레이저로 쏴 죽인 다음 새 클론을 목적지에 내려주세요. 클래식이나 스트레이트라면 어디선가 내무감찰부 어깨들이 나타나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시민들을 체포해 목적지로 강제로 이송한 뒤, 컴퓨터님이 직접 트러블슈터들에게 찾아와 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는지를 추궁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각자들에게는 반역점이 생기게 될 겁니다. RP를 통해 반역으로 몰리는 걸 피해 갈 수도 있고요.

 

한바탕 소란이 지나고, 이제 구상해두었던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