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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를 위한 자료

캠페인을 만나다: 스트레이트 파라노이아 (번역)

원제: MEET THE CAMPAIGN: STRAIGHT PARANOIA

작성자: AARON MARKS

번역자: 허쉬-U

 

번역한 내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플레이스타일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파라노이아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플레이스타일이 있습니다.

 

  • 잽(Zap): 음료수 캔 하나 떨어져도 레이저가 오가고 고발이나 약식재판, 임무 구조나 반역행위의 경중 따위가 의미가 없으며 개판 5분전 상황만 이어지다가 시나리오고 뭐고 진행해볼 틈도 없이 끝나는 스타일.
  • 클래식(Classic): 일반적으로 파라노이아라고 하면 떠올리는, 임무 구조가 갖춰져 있고 뒷공작과 몰아가기, 고발과 약식재판이 반복되는  스타일.
  • 스트레이트(Straight): 일반적인 파라노이아보다 더욱 어둡고 진지한 디스토피아 같은 배경에서 펼쳐지는 치밀한 수싸움과 계략, 도청과 감시, 협박과 밀고, 그리고 생존... 그런 스타일. 일부 서플리먼트에서는 다크(Dark)호러(Horror) 스타일이라고도 부릅니다.

이들 중 스트레이트 스타일이 이번에 번역한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스타일이죠. 저도 자료로만 본 거긴 하지만 다른 두 스타일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서는 임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진짜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알파 컴플렉스는 비록 공포와 의심에 휩싸여 있지만 (앉아 있던 의자가 멜트다운을 일으켜 광장 일대를 날려버릴 수 있는 클래식 스타일과 달리) 유효하게 작동하며, 트러블슈터들은 고기방패 취급 대신 현장요원에 걸맞는 취급을 받고, 임무가 성공하면 보상과 영예를 얻고 승진까지 노려볼 수 있습니다. 저처럼 디스토피아에 환장하는 분들이라면 벌써부터 귀가 솔깃할 것입니다. 알다시피, 한국에 정발된 룰북 중에는 이 정도로 압제적인 전체주의 디스토피아를 구현할 수 있는 룰이 없지요. 찾아보진 않았지만 아마 정발 안된 룰북 중에서도 드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마스터들은 대부분 클래식, 혹은 잽과 클래식의 중간 정도 스타일을 채용해 세션을 진행해왔으며,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에서 스트레이트 세션을 돌리는 파라노이아 마스터는 매우 드뭅니다.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해도 스트레이트 세션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힘들고요. 이건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인지, 파라노이아 레딧을 보면 가아끔씩 스트레이트 세션 진행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토론이 열리기도 합니다. 옛날 파라노이아 관련 정보가 쌓여 있는, 파라노이아 전문 포럼 Paranoia-live.net이 서버 유지 실패로 싸그리 날아가 옛 자료를 찾을 수 없게 된 영향도 크겠죠.

 

아무튼, 그러한 상황이 안타까웠던 바, 이번 글에서는 스트레이트 스타일에 대해 꽤 자세한 의견을 제시한 글을 번역해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스트레이트 스타일을 생각해보고 있는 파라노이아 마스터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West End Games(이하 웨스트엔드 게임즈)의 익살스런 디스토피아 RPG이자 D&D만큼이나 강한 플레이 특색을 지닌 몇 안 되는 게임인 파라노이아는 게이밍 커뮤니티에서 밈이 되어 있습니다. 파라노이아 세션에선 플레이어들이 서로를 빨갱이 돌연변이 반역자로 고발하고 죽이는 더욱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낼 변명삼아 알파 컴플렉스라는 배경을 매번 조금씩 다르게 적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역자'라는 외침과 터무니없이 확장된 색상 기반 계급제는 파라노이아 특유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되지요. 웨스트엔드 게임즈도, 파라노이아의 가장 최신 판본을 낸 출판사인 Mongoose Publishing(이하 몽구스 퍼블리싱)도 이를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이 게임은 좀 더 정교한 것을 할 수 있게끔 디자인되었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전부 자외 등급에게만 허용된 내용입니다. 원자 단위로 분해되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혹은 게임의 숨겨진 부분을 나중의 놀라움을 위해 남겨두고 싶다면) 절대로 읽지 마세요!

 

파라노이아를 스트레이트 스타일로 굴리는 건 단지 '가능은 하다'는 영역이 아닙니다. 1984년에 출판된 (네, 진짜로요) 파라노이아의 초판은 스트레이트 스타일로 진행되도록 의도되었습니다. 파라노이아는 (농담삼아 '5판'이라 이름붙여진) 시리즈의 세 번째 판본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스꽝스러워지고 또 우스꽝스러워졌습니다. 5판은 너무 형편없는 평가를 받아 나중에 가서는 시리즈의 공식 설정과 시리즈 상에서 아예 퇴출되었죠. 몽구스 퍼블리싱에서 처음으로 판본을 낼 때는 파라노이아 초판의 제작자들이 모여 파산한 웨스트엔드 게임즈에서 권리들을 구매해 왔씁니다. 원래 파라노이아 XP라 불렸던 새 판본은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부터 완전히 정신나간 분위기까지 '스트레이트', '클래식', '잽' 3가지 스타일에 대한 변주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다음 판본인 25주년판(역주 - 즉, 파라노이아: 트러블슈터즈)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파라노이아 플레이와 유사한 우스꽝스러운 플레이스타일인 '클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잽'과 '스트레이트'는 부록으로 밀려났습니다. 파라노이아의 가장 최신 판본(역주 - 즉, 파라노이아 RED Clearance Edition)에서는 카드 기반 규칙의 사용으로 인해 기존의 클래식 플레이스타일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고, 나머지 스타일은 아예 빠졌습니다. 

 

제가 스트레이트 스타일의 파라노이아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스트레이트 스타일이 책에는 명백히 나와 있지만 (심지어 가장 최근 판본들에는 스트레이트 스타일이 선택 사항으로도 제시되어 있지 않죠)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을 탐험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장담컨데, 파라노이아를 플레이해본 사람 중 99%는 책의 배경 섹션에 대해 논의하거나 각 보안 등급에서의 생활비에 대해 읽어보지 않았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플레이어라면, GM이 당신에게 규칙을 읽는 것은 반역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읽어보기 어려웠으리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한 것들은 클래식 파라노이아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스트레이트 세션에서는 흥미로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스타일 세션을 흥미롭게 만드는 데는 궁극적으로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첫째, 알파 컴플렉스의 세계관에 어울리는 캠페인 아이디어. 둘째, 플레이어와의 합의, 특히 세션이 그저 '뒤통수 치기와 아부하기의 연속'이지 않게 하기 위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스트레이트 스타일의 파라노이아가 웃기거나 우스꽝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게임의 세계관을 이용하고 음모론과 디스토피아에 관한 훌륭한 사고를 곁들이면 그저 4시간 동안 쪽지를 주고받거나 '반역이다'라고 외쳐대는 것보다는 훨씬 탄탄하게 살이 붙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플레이어와의 합의

파라노이아 XP(역주 - 파라노이아 트러블슈터즈 이전 판본으로, 내용은 국내 정발된 트러블슈터즈판과 거의 동일합니다.) 룰북에는 플레이어와의 합의에 관해 다루는 장이 있고, 요약하자면 거기엔 캐릭터들을 저마다의 폭력적인 방식으로 고통스럽게 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조언이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에도 효과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을 준비하기 전에, 플레이어들이 당신이 뭘 하려고 하는지 꼭 알 수 있게 하세요. 게임은 여전히 익살스러울 것이지만, 폭력적인 일이 마구 발생하거나 누군가 말릴 때까지 위생 담당관이 책상에 '청결 유지'라고 끝없이 끄적이는 류의 파라노이아와는 다릅니다.  (절대로 제가 돌리는 파라노이아 캠페인에서 따온 예시가 아니랍니다. 절대로.) 스트레이트 스타일의 파라노이아는 알파 컴플렉스에 대한 게임이 될 겁니다. 단지 컴퓨터님이 존재하기 위한 배경으로써 알파 컴플렉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알파 컴플렉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는 게임이 될 겁니다.

 

컴퓨터님에 대해 말해봅시다. 예전의 전통적인 게임들에서, 게임마스터는 곧 게임의 주인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을 품을 세상의 모든 것은 게임마스터가 정했지요. 파라노이아에서, GM인 당신은 신뢰할 수 없는 화자입니다. (플레이어의 가장 중요한 특성치가 말 그대로 감춰져 있는 게임에서) 컴퓨터님의 역할을 맡게 되면, 당신은 플레이어들에게 거짓말을 해야만 합니다. 이건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입니다. 게임이 정말로 생생하려면, 정말로 편집증을 약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컴퓨터님을 연기하고 있다면, 당신은 많은 것을 감춰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무대 뒤에서 여러가지 것들을 움직이는 데 많은 시간을 써야 할 거고, 왜 그래야 하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만약 당신의 플레이어들이 음모에 휘말리게 될 것이고 서로를 불신하는 걸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파라노이아 세션을 제대로 굴러가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규칙들

저번 글에서 봤듯이, 파라노이아의 규칙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바뀌어왔습니다. 저는 ('그' 5판 빼고) 어떤 판본에서든 스트레이트 세션을 굴리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긴 하나, 파라노이아 XP를 기준으로 잡겠습니다. XP판은 몽구스 퍼블리싱에서 낸 첫 번째 판본으로, 나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즉 컴퓨터님 그 자체의 정지명령을 받아 그냥 '파라노이아'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표지의 연기 나는 트러블슈터 신발과 빨간 테두리로 이를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파라노이아 XP가 가장 시작하기 좋은 지점인 주된 이유는 본문에 스트레이트 세션을 굴리는 방법에 대한 조언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판본들에서 보다 우스꽝스러운 스타일들과 스트레이트 스타일을 완전히 분리해서 다루는 것과는 다르게 말입니다. 한편 XP판에 있는 조언을 앞선 판본들에 적용해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매커니즘에 큰 변화를 준 가장 최근 판본에는 쉬이 맞지 않습니다.

 

파라노이아를 스트레이트 스타일로 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설사 룰북에서는 그냥 말하지 말고 원할 때마다 그러라고 하더라도 플레이어들에게 당신이 규칙을 바꿀 권한이 있다는 언질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당신은 컴퓨터님을 융통성없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변덕스럽거나 비논리적인 것으로 묘사할 수는 있습니다만, 일관성이라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당신이 알파 컴플렉스같은 설정에서 플레이어들이 한 세션 이상 참여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면, 비록 그것이 무지막지한 헛소리라 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규칙이 있다는 발견이야말로 플레이어들이 세션을 받아들이고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설정은 컴퓨터님의 코드가 비록 정신이 나갔을 수는 있지만, 일관적인 형태로 정신나갔음을 명확히 합니다. 컴퓨터님 외의 다른 인간들은 그렇게 일관적일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디스토피아에서 그렇듯이, 정말로 세상을 미쳐돌아가게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들의 탐욕과 게으름, 변덕이니까요.

 

제가 여기서 강조하고픈 규칙은 플레이어들에게는 감춰진 특성치, 즉 초능력(Power)과 접근성(Access)입니다. 초능력은, 뭐 말 그대로 캐릭터의 돌연변이 능력의 강함을 나타냅니다. 당신이 그 수치를 특정한 값으로 동일하게 설정하든지 무작위 값으로 설정하든지 간에, 플레이어들이 누구의 능력이 가장 강한지를 알아내는 것은 가능합니다. 물론, 이성적인 플레이어들이라면 가능한 한 자신의 돌연변이 능력을 감추려 하겠지요.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접근성은 한 캐릭터가 알파 컴플렉스에 얼마나 깊이 닿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룰북에서는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선 접근성 수치를 1로 설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좋은 출발점일지도 모르지만, 종착점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보안 등급에 따라, 이상한 키카드를 발견함에 따라, 혹은 올바른 방법으로 컴퓨터님을 꾀어내는 등의 행동에 따라 접근성은 증가해야 하고, 그렇게 하면 플레이어들은 천천히 더 많은 장소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반면에, 접근성이 낮다면 특정 장소에 접근하는 데 더 창의적인 방식을 요하게 하고, 반역을 더 저지르도록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접근성을 계속 높일 필요는 없지만, 그 값은 유동적이어야만 합니다. 스트레이트 스타일의 파라노이아를 위해 딱 규칙 하나만 더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면, 저는 오르내리는 접근성 수치를 도입하리라 생각합니다.

 

캠페인

알파 컴플렉스는 매우 유동적이고 마스터마다 달라지는 세계관 설정의 예시입니다. 알파 컴플렉스에는 공식적인 지도도 없고, 정해진 장소도 없으며, 인구 통계나 일관된 목적조차 없습니다. 그렇지만 필파라노이아를 규정하는, 무시할 수 없는 핵심 설정이라는 것은 존재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 알파 컴플렉스에서는 인간을 복제하는 것을 새로운 인간을 만드는 주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알파 컴플렉스의 시민들은 색상 기반의 계급으로 분류되며, 그 계급은 '적외'부터 시작해 '자외'까지 올라갑니다.
  • 알파 컴플렉스는 정교하지만 버그투성이인 AI, '컴퓨터님'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 컴퓨터님이 알파 컴플렉스를 지배하는 제1목적은 반역자들을 소탕하는 것입니다.
  • 반역자에는 비밀 결사 단원들과 돌연변이들이 포함됩니다.
  • 당연하게도, 모든 캐릭터들은 비밀 결사 단원이자 돌연변이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설정들은 바뀌어서는 안됩니다. 마지막 것을 예외로 둘 수는 있지만, 바꾸는 것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이 모든 캐릭터를 시작할 때부터 반역자로 만들어놓지 않는다면 게임의 긴장감이 무너질 겁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사실을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줄 필요성을 느끼진 마세요. 특히 파라노이아를 처음 플레이해보는 플레이어들이라면. 플레이어가 캐릭터들 중 오직 한 명만 돌연변이인 줄 알고 있거나 캐릭터가 비밀 결사에 소속될 확률이 20%라고 믿고 있다면,  플레이어가 비밀 결사나 돌연변이 능력을 받을 때 느끼는 긴장과 공포가 더욱 커지니까요. 물론, 이 도박은 오직 한 번만 통합니다. 당신이 뭐 특별히 신뢰할만한 인상을 갖고 있다면 2번까지는 가능하겠죠. 게다가 이미 진실을 아는 플레이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강제로 멍청함을 연기하라고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초기 정보에 대해 말해봅시다. 파라노이아의 모든 캐릭터들은 특성치에 더해 스킬, 돌연변이 능력, 비밀 결사, 서비스 부처가 주어집니다. 서비스 부처는 캐릭터들이 트러블슈터가 되기 전 알파 컴플렉스에서 가졌던 '직업' 비스무레한 것으로, 캠페인 진행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일 것입니다. 클래식 스타일에서, 서비스 부처는 트러블슈터들을 불러다가 룰북에서는 '서비스 업무'라 부르는, 임무에 더해 한눈 팔 만한 일거리를 하라고 시키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서는 서비스 기업이 무시되어서는 안됩니다. 트러블슈터가 되기 전 캐릭터들이 알파 컴플렉스에서 살아온 날들 대부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를 찾는 중이라면, 모든 캐릭터가 동일한 서비스 기업에 속해 있는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캐릭터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스트레이트 세션을 구성하는 데 하루하루의 삶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클래식 스타일에서와는 달리, 당신의 트러블슈터들은 허공에서 뿅 튀어나온 존재가 아닌 캐릭터로써 존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코어 룰북에서는 보안 등급에 따라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개괄이 실려 있고, 어떻게 비공식적인 경제 체제가 형성되었는지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한 내용은 클래식이나 잽 스타일에서는 거의 완전히 무시됩니다. GM이 트러블슈터들로 하여금 자기 장비를 살 수 있게 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허나 그것도 그저 다른 웃기는 상황을 위해서일 뿐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서는 흥미로운 현상이 존재합니다. 그건 바로 트러블슈터들은 자신의 클론을 직접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NPC들이 탐욕을 채우기 위해 뇌물을 원하거나 갈취를 하려고 하면, (알파 컴플렉스는 공산주의를 지독히 혐오함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신-공산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트러블슈터들은 그저 살아있기 위해서 돈이 필요해집니다. 이는 흥미로운 역학이지만 대부분의 파라노이아 세션에서는 무시되는 사항입니다.

 

특별하게 취급해야 할 파라노이아 세션의 또 다른 역학은 룰 이름 그대로 '파라노이아'(역주 - 편집증)입니다. 클래식 스타일 세션이 진행되게 하는 원동력은 서로가 반역자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그저 증거나 변명거리를 찾는 것 뿐이죠. 이는 스트레이트 스타일에서도 다르지는 않지만, 그 결과는 달라야 합니다. 모든 파라노이아 세션에서, 캐릭터들은 상대가 반역자임이 밝혀지면 상대의 머리에 겨눌 총을 가져야만 합니다. 스트레이트, 클래식, 잽 스타일의 주된 차이점은 바로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기꺼이 그들의 캐릭터가 방아쇠를 당기도록 하는지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캐릭터들이 총을 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해서, 캐릭터들이 아예 총을 내려놓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수는 하지 마세요. 당신이 아무리 세션을 잔잔하게 만드려 하더라도, 당신의 목표는 여전히 플레이어들 사이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냥 공통된 목표를 쥐어주고 그걸 살짝 더 이상하게 만드세요. 플레이어들이 쪽지를 건네도록 독려하되, 실제 종이가 아닌 휴대폰을 사용하는 걸 한 번 고려해보세요. GM에게 문자를 보내는 건 실제 종이에 적는 것보다 눈에 덜 띄고, 휴대폰을 재빨리 들어올리기만 하면 쉽게 다른 사람들이 내용을 보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캔디크러쉬사가를 켜면요? 글쎄요, 이건 여전히 파라노이아입니다. 그들이 코믹하고 때이른 죽음을 맞게 하세요.

 

캠페인을 진행하는 데 고려해야 할 마지막 사항은 알파 컴플렉스 그 자체입니다. 가장 최근 판본의 세계관 설정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것은, 알파 컴플렉스 바깥에도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이 점차 스러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버려진 섹터들, 하수도, 심지어는 동굴이나 바깥세상으로 이어진 통로 따위가 모두 어딘가에는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알파 컴플렉스는 그 자체로 일종의 던전으로써 기능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캐릭터의 행동이 목격되거나 보고될 가능성을 주는 긴장 레벨 규칙을 사용한다면, 면밀히 감시되지 않는 장소를 발견하는 것은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보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장소는 다른 캐릭터들 또한 면밀히 감시되지 않는 장소이기도 하죠. 어디를 가든지 상호확증파괴가 역학이 될 것입니다. (역주 - 이게 무슨 의미냐면, 감시가 느슨한 장소에서는 모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뒷공작을 할 수 있지만, 만약 거기에서 상대가 뒷공작을 하는 것을 고발한다면 감시가 빡세져 자신이 뒷공작을 하기도 어려워지거나 역으로 자신의 뒷공작을 고발당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서로 뒷공작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냥 넘어가거나, 아니면 확 고발하고 상호공멸하거나 그런 결과로 이어질 수 있겠죠.)

 


스트레이트 스타일 캠페인을 운용하는 열쇠는 뒤통수 치기와 협잡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실제로는 그런 행위들이 다른 스타일보다 더 일어납니다. 차이점은, 스트레이트 스타일은 천천히 타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다른 캐릭터들을 쏘기 위해 웃기는 변명을 찾아다니는 대신, 캐릭터들은 조용히 증거를 모으고, 비밀 결사와 접선하기 위해 은신하며, 저마다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서로를 이용할 것입니다. (클론의 가격을 통해) 위험을 늘리고 (캐릭터들이 부유해지고 강력해지거나 바깥세상에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캠페인을 길게 진행하리라는 약속을 통해) 보상을 늘림으로써, 파라노이아는 불신을 퍼트리고 거대한 배신을 계획할 수 있는 흥미롭고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과 합의를 거치고, 잽스타일 단편 세션을 플레이할 때는 간과했던 설정들에 기대면 세션은 꽤 다르게 느껴질 겁니다. 어쩌면 캐릭터들은 알파 컴플렉스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오랫동안 함께 일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의 게임에선, 그 진실이 얼마나 불길할지를 정할 수 있는 건 GM, 바로 당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