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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를 위한 자료

알파 컴플렉스와 최신 기술 (번역)

원제: Welcome to Jackobot Heaven Issue 2: New Technology

작성자: igorhost, Allen Varney, greymist08, Biggles(WJ MacGuffin), Silent 등 Paranoia-live.net의 여러 회원들

번역자: 허쉬-U

 

서론

파라노이아의 전체주의적인 배경 설정은 근본적으로 인간 본성과 (전체주의적이지 않은) 현대 사회를 풍자하기 위한 것입니다. 풍자가 원활하게 기능하려면, 배경 설정 또한 그러한 것들의 발전에 따라 수정되어야 하죠. 인간 본성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우리는 보통 알파 컴플렉스 사회의 모습을 수정하는 데 집중한답니다. 그리고 사회의 모습을 수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회에 적용되는 기술을 바꾸는 거랍니다! 알파 컴플렉스에서 사용되는 감시 체계의 변화가 좋은 예시입니다. 1판과 2판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멀티코더를 사용했고, XP판¹에서는 휴대가 용이한 PDC를 사용했으며, P17판²에서는 대뇌이식형 코어-테크를 사용하죠. 각각은 컴퓨터님이 당신을 안전히 보호하려 사용하는 혁신적인 방법들이랍니다.

 

이번 호에서 우리는 사이버네틱스³와 트랜스휴머니즘에 영향을 받은 R&D 장비들을 알아볼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희가 쓴 글에 너무 연연하지는 마세요. 풍자하고 싶은 최신 기술이 있다면, 누군가가 그것에 대한 글을 쓰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그냥 하면 되는 겁니다. 가령 PLN 포럼의 누군가는 블록체인 기술을 풍자해서 컴퓨터님이 새로운 암호화폐, 알파코인을 도입했다고 한 적이 있었죠. 트러블슈터들은 자신의 PDC를 사용해 알파코인을 채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PDC가 과열되면요? 음, 지금까지 채굴한 코인으로 수리한다던가 할 수 있겠죠.

 

(역주)

¹ 트러블슈터즈 판에서도 동일합니다.

² P17판은 파라노이아 RED Clearance Edition을 의미합니다. 2017년에 나왔다고 해서 P17이라고도 부릅니다.

³ 여기서 말하는 사이버네틱스란 인간 신체에 이식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의미합니다. 트러블슈터즈의 비밀 스킬 중 하나인 '사이보그 기술'의 원문도 Cybernetics고요.

 

사이버네틱스: 위협인가 그냥 골칫거리인가?

Allen Varney

전에 새로운 64p짜리 파라노이아 장비 서플리먼트¹를 만들기 위해 재능 있는 파라노이아 플레이어들을 모았던 적이 있죠. 책은 이번 봄 즈음에 나올 예정입니다. 책은 (컴잘알한테 해킹된) C-Bay 경매품 목록의 형태를 띄고 있을 것이며, R&D 시험 장비뿐 아니라 멋지고 위험한 새 무기, 방어구, 감시 장비, 음식물, 여가 용품과 미디어, 알파 컴플렉스의 높은 등급 방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을 멋진 기념품도 실려 있답니다.

 

그중 한 챕터에서 사이버네틱스를 다룰 겁니다. 가장 처음 실릴 장비, '레이저 피스톨 손가락'을 떠올린 건 좋았지만, 곧바로 그러한 장비가 알파 컴플렉스에서 합법일지를 고민해봐야 했죠. 압니다, 알아요. 사이버네틱스를 다루는 챕터를 만들기 전에 그런 고민을 해봤어야 했죠. 안 그런가요?

 

물론 파라노이아는 1984년에 나온 1판 시나리오, '목적지: CBI 섹터'부터 시작해 사이버네틱스에 부정적으로 대해 왔습니다. 컴퓨터님은 사이버네틱스 기술에 거부감을 가진다는 것이었죠. 새로 나온 XP판에서는 '사이보그 기술'을 반역적인 비밀 스킬로 지정한 것 빼고는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모든 사이버네틱스 장비는 반역적이라는 기존 설정을 그대로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Paranoia-live 이용자들에게 꼭 그래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사이버네틱스 장비를 더/덜 사용하도록 하는 게 설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파라노이아를 사이버펑크나 섀도우런처럼 만드려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그래도 디지털 레이저 무기가 그렇게 나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역주)

¹ 이건 파라노이아 XP의 서플리먼트인 STUFF 1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2005년에 출간되었고, 알파 컴플렉스에 존재하는 여러 물건들에 대해 정말로 유용한 자료들을 한가득 담고 있어요. 드라이브스루RPG에서 PDF가 5달러인가 6달러 정도밖에 안 하니 관심 있으면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greymist08

저는 평범한 것들, 그러니까 팔이나 다리처럼 '살아가면서 잃을 수 있는 것들'은 합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트러블슈터 여섯 명으로 구성된 팀 중에 한 명 정도는 사이버네틱스 시술을 받았을 거예요. (여전히 총열은 바깥에서 돌려 끼워야 하긴 하지만) 간단한 레이저 총구를 이식하는 것도 완전히 합법이겠죠. 사지이식 부서에는 일이 잔뜩 밀려 있고, 가끔씩은 강제로 부품을 '일시적으로 교체'해야 할 수도 있을 거예요. 당연히 사용 후에는 멀쩡히 반납해야 하고요.

 

그저 조금 특이한 것들만 불법으로 놔두죠. 그러니까 제 말은, 만약 트러블슈터 한 명이 임무 지속을 위해 기꺼이 자기 의수를 팔을 잃은 다른 트러블슈터에게 빌려준다고 한다면 컴퓨터님은 그런 배려심 넘치는 행동에 분명 상을 주실 거예요. 의수를 빌려준 트러블슈터가 한 손가락 끝에 검은 잉크가 나오는 펜을 이식하고 싶다고 하면,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그것들을 난장판으로 만들 기회는 다음에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죠.

 

저라면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함정 속으로 걸어들어가겠어요.

 

Fieary-U-PNX-1

저는 단언코 반역행위로 놔두는 편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사이버네틱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거나 그걸 달고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기계화 연맹에 들어가서 사이버네틱스를 쟁취하는 걸 좋아한다고요. 제 지난 세션에서는 사이버네틱스 시술을 많이 받은 기계화 연맹 단원이 최종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사이버네틱스를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무언가로 두는 건 꽤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생각에는, 그걸 비밀인 채로 두는 게 시민들이 보기엔 사이버네틱스를 더욱 귀중한 것으로 생각하게 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높은 보안 등급을 지닌 시민들은 사이버네틱스를 이식하고 싶어할 수도 있고, 그것들이 가져다주는 편리를 누리고 싶어할지도 모르겠네요. 사이버네틱스에 적당히 높은 보안 등급 제한을 부여하는 건 어떨까요? 그렇다고 적색 등급 시민이 이식하게 하고 싶지는 않고, 가끔 능력 좋은 시민들은 주색 등급까지 올라가기도 하니까 안되고. 정말 조잡한 물건이면 황색 등급 정도? 그 후론 질이 좋아질수록 보안 등급이 높아지는 거죠. 

 

Biggles

저는 그런 물건들이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게 존재한다는 걸 증명할 수는 없다는 데서 오는 공포감이 좋아요. 만약 사이버네틱스를 이식하는 게 모든 등급에게 허용된다면, 플레이어들은 서로에게 그저 이렇게 물어보겠죠. "너 사이버네틱스 이식한 거 있어? 한 번 확인해 보자." 사이버네틱스를 이식하는 건 반역행위도 아니게 될 거고, 그러면 그걸 숨길만한 동기가 옅어질 거예요. 모호할 수록 공포는 더 커지고, 공포가 커질수록 플레이는 더 흥미로워진다고요.

 

그리고 만약 사이버네틱스가 합법화된다면, 기계화 연맹은 어떻게 되는 거죠? 이미 합법인 걸 아주 많이 원한다고 해서 그게 반역행위가 될까요? 마치 '톡쏘네 음료 비밀 결사' 같네요. 그건 비밀 결사가 아니에요. 그냥 팬클럽이지. 물론 기계화 연맹이 단지 사이버네틱스만을 원하는 결사는 아니라지만,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을 겁니다.

 

저는 사이버네틱스 장치를 우리 사회에서 마리화나가 쓰이듯이¹ 다루는 걸 제안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마리화나를 피우지만,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사법기관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잡아가고요. 공공연한 비밀 같은 겁니다. 그러고 사이버네틱스를 R&D의 새로운 시험 장비로 소개하는 겁니다. 임무 브리핑이 끝나고 '새롭고 개선된' 사이버네틱스를 이식하는 건 누가 될까요? 사이버네틱스 이식은 반역행위지만, R&D에서 허락할 땐 아니라는 게 재미있는 모순을 더하기도 하겠네요.

 

이제 그걸 내무감찰부에 설명해 보자고요.

 

(역주)

¹ Paranoia-live.net은 미국 커뮤니티였습니다. 설마 그러지야 않으시겠지만, '우리 사회'를 한국으로 해석하시면 대단히 곤란합니다.

 

greymist08

그래서 '그냥' 팔다리같은 '기본적인' 것들만 합법으로 두자고 제안했던 거라고요. 그보다 특이한 건 불법으로 두고요...

 

Jazzer

사이버네틱스는 돌연변이 능력과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고 봐요. 플레이어가 그걸 너무 좋아한다면, 뭔가 잘못된 거예요.¹ 그런 물건들은 대개 R&D에서만 만들어질 거라는 것도 고려해야겠죠. 더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반면, 어떤 비밀 결사들은 사이버네틱스에 관심을 가질 거고요.

 

사이버네틱스를 쓸 거라면 유용성이나 쓰임새를 제한해야 해요. 파라노이아는 사이버펑크가 아니잖아요.**

 

(역주)

¹ 파라노이아: 트러블슈터즈 룰북 111p에 동일한 문구가 있습니다. 잠시 인용하죠. '돌연변이 능력은 너무 유용해서도 안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서도 안됩니다. 이 게임은 슈퍼히어로 장르가 아닙니다. 플레이어가 자신의 돌연변이 능력을 너무 좋아한다면, 뭔가 굉장히 잘못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사이버네틱스의 경우 '이 게임은 사이버펑크 장르가 아닙니다' 정도로 고치면 될 것 같네요.

 

Biggles

사이버네틱스의 효과나 쓰임새나 뭐 그런 걸 제한하는 걸로 이런 방법은 어때요?

 

제가 기억하는 게 맞다면, 일반적인 적색 등급 시민들은 레이저 총을 가질 권한이 없어요. 트러블슈터들은 트러블슈터라는 직책으로써 해야 하는 특수한 일 때문에 특수한 형태로 레이저 총을 지급받는 거죠. 사이버네틱스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어떨까요?

 

GM들이 빨갱이 돌연변이 반역자와의 싸움으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시민에게 R&D 현장 테스트나 아무튼 트러블슈터와 관련된 이유를 대고 사이버네틱스를 이식하도록 하는 거예요. 파라노이아 세션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플레이어라면, GM이 대가 없이 주는 모든 것은 항상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겠죠.

 

그렇게 하면 사이버네틱스는 합법이고, 구하기 엄청 힘들고, 공포의 대상이 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요?

 

greymist08

바로 그거예요!

 

트랜스휴머니즘의 영향을 받은 R&D 시험 장비

여기에 나온 R&D 시험 장비들은 클래식/스트레이트 스타일 플레이에 쓰이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이것들이 TRPG 룰 Eclipse Phase에 등장하는 장비들과 유사한 건 지극히 의도된 것입니다. (역주: 이 문단의 내용은 자신이 파라노이아 마스터거나 앞으로 파라노이아를 플레이할 생각이 없다 하는 경우에만 읽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분기체

'한 번에 클론 한 명씩 컴퓨터님께 봉사할 필요가 있나요?'

 

설명: 시민의 메모맥스를 다른 몸체(시민의 다음 클론 또는 대체용 로봇)에 업로드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 번째 몸체는 해당 시민의 '분기체'로 취급됩니다. 이들은 엄청나게 위험하고 사망 가능성이 높은 작업에 의무적으로 '봉사'해야 하며, 이에 대해 불평할 권한 또한 없죠. 원본 시민이 전혀 다치지 않고도 위험한 일들을 해낼 수 있는 겁니다.

 

분기체들이 원본 시민에게 반기를 드는 걸 막기 위해서 분기체 동기화 기능을 사용합니다. 그러면 원본 시민과 분기체는 동일한 기억을 동시에 가지고 있게 되죠. 그러면 분기체와 원본 시민은 동일한 목적과 동일한 관심사를 가지게 될 것이고, 분기체에게 보다 순응적인 태도를 심어줄 겁니다!

 

효과: 분기체 동기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플레이어는 동일한 캐릭터 시트를 사용하는 캐릭터 두 명을 동시에 조종합니다.

 

오작동: (EMP 수류탄에 노출되거나 동기화 장치를 강제로 적출하는 등의 행위에 의해) 분기체 동기화 기능이 정지한다면,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분기체의 행동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분기체는 원본 시민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므로, 아마 붙잡혀 처형당하는 걸 피하기 위해 원본 시민 행세를 할 것입니다.

 

추가 활용법: 충성을 보장하기 위해 분기체 동기화 기능을 계속 점검해야 하긴 하겠지만, 한 번에 한 명 이상의 분기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원본 시민'이 반역자라면 분기체만으로 이루어진 군사 세력을 만드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반역적인 소문이 떠돕니다.

 

 

하이브 마인드

'뇌도 맞들면 낫다!'

 

설명: 일반적으로 시민은 메모맥스 데이터 1개만을 뇌에 내려받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그 시민은 캐릭터 시트에 존재하는 특정 스킬들만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메모맥스 데이터가 일깨워줄지도 모르는 여러 재능을 드러낼 기회가 없어지게 되죠. 하지만 시민들에게 새로운 지식의 원천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R&D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이브 마인드를 이식한 시민은 여러 개의 메모맥스 데이터를 내려받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그 시민은 다중인격이 되며, 원할 때마다 각 인격으로 교체할 수 있거나 인격들 간에 합의를 내려 어떤 인격이 나설 것인지 결정하게 됩니다. '너도나도 존'을 플레이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효과: 플레이어는 자기 캐릭터에 해당하는 메모맥스 데이터 하나를 조종하고, 캐릭터에게 다운로드되어 있는 다른 NPC 인격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NPC의 캐릭터 시트(비밀 결사와 돌연변이 능력 포함)를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몸의 통제권을 다른 NPC 인격에게 넘긴다면 그 NPC의 캐릭터 시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오작동: 다른 인격이 내리는 조언을 계속 무시할 경우, 인격들은 플레이어에게 반기를 들고 자신이 원래 인격의 자리를 차지하려 합니다. 한편 뇌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인격들 또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추가 활용법: 장치를 이식한 시민은 더 많은 메모맥스 데이터를 내려받고 싶다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메모맥스 데이터가 쌓일수록, 시민의 정신은 유연해지지만 동시에 변덕스러워집니다. 로봇 군대가 메모맥스 집합체에 의해 조종당할 수 있다는 반역적인 소문이 떠돕니다.

 

 

스킬 패키지

'쓰고 버릴 수 있는 지식'

 

설명: 미개했던 옛날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 주제를 깊이 학습하고 지식을 얻는 데 수 년을 써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주제가 다루는 범위가 좁을수록 실제로 하게 되는 일과는 관련성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쓸모가 없어지기도 했죠.

 

지루한 공부 과정은 건너뛰고 필요한 지식을 바로 다운로드받는 게 훨씬 낫죠. 그러면 그 지식을 활용해 명령받은 아주 특정한 작업을 수행한 뒤, 끝나면 다시 지식을 기억 속에서 삭제해 다른 '스킬 패키지'를 저장할 공간을 만드는 식으로요.

 

스킬 패키지는 알파 컴플렉스와 같은 디스토피아 사회가 일반 시민들이 알 수 있는 것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한하도록 해 줍니다. 가령 트러블슈터들은 일시적으로 스킬 패키지를 다운로드해 높은 등급에게만 허용된 특정 시험 장비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낼 수 있고, 나중에 필요가 다하면 스킬 패키지를 기억에서 삭제해 시험 장비를 다시 쓸 수 없게 만들 수 있죠.

 

효과: 플레이어가 스킬 패키지를 다운로드하면, 스킬 패키지를 삭제하기 전까지는 그 행동을 하려 할 때 판정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오작동: 만약 스킬 패키지의 생산자가 패키지에 비밀 결사 프로파간다나 쓸모없는 기벽, 임무와 무관한 스킬, 무의식에 직접 내리는 명령 등을 넣어놓았다면, 스킬 패키지를 뇌에 다운로드받을 때 그러한 것들이 발현될 수도 있습니다.

 

추가 활용법: 몇몇 '불량' 스킬 패키지는 시민들의 정신을 지배한다고도 합니다.

 

 

'평판 점수' 계산기

'평판은 힘'

 

설명: 세상에 돈이 다는 아닙니다. 사람들은 (불법이든 아니든) 사람과 사람 간의 비공식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다른 일에 사용하곤 합니다. 그러나, 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었는지를 알기란 어렵습니다. 당장 자기가 얼마나 많은 관계를 맺었는지 알기도 어려운걸요.

 

그게 바로 R&D에서 이 사랑스러운 '평판 계산기'를 만든 이유죠. 이 계산기는 엄청난 규모의 빅데이터(온갖 서류, 메모, 선호하는 것, 싫어하는 것, 분노어린 휘갈김 등)를 이용해 누가 인기 있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계산해서, 당신이 맺은 모든 관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무 시민에게 사용하더라도, 8개의 서비스 부처와 맺고 있는 관계를 계산하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당신과 그 시민 중 누가 더 인기 있는지를 알 수 있죠. 계산기에 10분을 주면 당신이 호의를 베푼 대상과 당신에게 호의를 베푼 대상, 평판을 드높이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보고서까지 받을 수 있답니다!

 

계산기는 시민의 합법적인 관계만을 고려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약간의 수정이 이루어진다면 시민의 불법적인 관계 또한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계산기를 수정하는 것은 반역행위입니다.

 

효과: 플레이어는 (자신 포함) 원하는 시민의 유명세를 알 수 있습니다.

 

오작동: 계산기가 참조하는 데이터는 틀리거나, 갱신된 지 오래되었거나, 자신의 유명세를 늘리고 싶어하는 누군가에 의해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평판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건 플레이어의 보안 등급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면, 그 누군가는 당신을 배신할 계획을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부적절한 순간에 그 빚을 '정산'하려는 일을 막기 위해서 말이죠.

 

추가 활용법: 평판 계산기는 누군가에게 '대가 있는 호의'를 베푸는 걸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앨리스가 밥이 서류를 작성하는 걸 도와서 찰리가 다이애나를 파견해서 프랭크의 대형 스크린 TV를 고쳐서 가브리엘라가 틸라-O의 TV쇼 최신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면, 가브리엘라는 앨리스, 밥, 찰리, 다이애나, 프랭크 모두에게 호의를 받은 셈이 되겠지요.

 

 

로토스¹ 알약

'이 알약 하나가 당신의 모든 슬픔을 덜어 드립니다...'

 

설명: 유토피아를 시뮬레이션하는 것과 실제로 유토피아를 만드는 것, 어느 쪽이 더 싸게 먹힐까요?

 

R&D에서는 복용자에게 유토피아에서 살고 있다는 꿈과 환각을 보여주는 새로운 행복약을 개발했습니다. 이 환각은 개인의 소망에 맞게 각자 다르게 나타나며, 굳이 '컴퓨터에게서 벗어날' 필요는 없습니다. 가령 인본주의자 단원이라면 인본주의자가 지배하는 알파 컴플렉스에서 생활한다는 꿈을 꿀 것이고, 정화단 단원이라면 컴퓨터님을 때려부수는 꿈을 꿀 것이고, 초인동맹 단원은 돌연변이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꿈을 꿀 것이며, 순혈주의자들은 돌연변이가 사라지는 꿈을 꾸게 될 것입니다. 

 

알약을 복용한 시민은 즉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아주 깊은 잠에 빠져든 후 알약이 보여주는 유토피아를 즐기게 됩니다. 그렇게 잠든 시민은 새로운 알약을 섭취해야 할 때가 아니라면 깨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걸 복용하게 되면 시민을 활용할 수 없게 되므로, 알약은 은퇴자 수용소에서만 쓰이고 있습니다.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한 시민 중에서도 사회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그러한 수용소로 옮겨져 충성에 대한 보상으로써 알약을 받게 되죠. 은퇴자 수용소 건물은 이렇게 끝없이 잠자는 사람들로 가득하답니다.

 

알약에는 약간의 중독성이 있지만, 충분히 노력한다면 중독성을 억누르고 약물의 영향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허나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알약을 계속 복용하며 자신만의 이상적인 세계에 안주하려 합니다. 

 

효과: 이 약을 복용한 시민은 약의 효과가 지속되는 몇 라운드 동안 비참한 현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로토스 알약의 중독성을 이용해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데 쓸 수도 있습니다. 

 

부작용: 알약을 한 번 복용한 시민이 알약을 다시 지급받지 못하면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알약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지 하려고 하게 됩니다. 가끔씩 꿈을 꾸다가 깨어나는 시민도 있으며, 이 경우 극도의 불안과 분노에 빠져 자신의 유토피아로 '돌아가기'를 갈망하게 됩니다.

 

추가 활용법: R&D는 로토스 알약을 복용한 시민들이 수면 상태에 빠지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만약 그런 방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다면, 알약은 적외 등급 시민들을 완벽히 반역으로부터 떨어트려 놓을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식품생산부서에서 계속 일하면서도 그 자신은 유토피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게 될 테니까요. 알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자유 의지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말단 노동자들뿐 아니라 엘리트 계층까지도 완벽히 반역으로부터 떨어트려 놓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생각해 보세요... 반역적인 현실로부터 완전히 단절된 채,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살아가는 인간들이 알파 컴플렉스를 가득 채우며 하루 종일 컴퓨터님을 위해 피땀 흘려 일하는 모습을요. 아름답지 않나요?

 

(역주)

¹ 로토스란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식물으로, 로토스 나무의 열매를 먹은 사람들은 기분좋은 꿈에 빠져들고 친구와 가족,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망마저도 잊어버린다고 전해집니다.

 

 

뮤즈

'필터를 믿어라!'

 

설명: PDC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어 어디에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어디에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안다 해도,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온갖 불협화음을 내면서 뺑뺑 돌아가야 하죠. 만약 정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고, 바로 원하던 자료만 받아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R&D에서는 당신의 사고 방식을 분석하고 그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분석해서 당신에게 맞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뮤즈'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뮤즈는 당신이 딱 찾고 있던 자료를 필요할 때 갖다줄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 뮤즈가 알려주는 것 외의 것들을 볼 필요가 뭐가 있죠? 그것들은 불협화음일 뿐이에요.

 

효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면, 플레이어는 뮤즈를 사용해서 알파 컴플렉스의 합법적인 자료들을 빠르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작동: 뮤즈는 사용자의 만족도를 극대화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오래 사용하도록 유도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둘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바로 사용자가 듣고 싶어하는 정보만을 말해주는 것이죠. 그 외를 말했다가는 사용자의 기분이 나빠져 애플리케이션을 지우려고 들지도 모르니까요. 따라서 뮤즈는 사용자의 편견에 그대로 들어맞는 자료만을 제공합니다. 가령 사용자가 청소로봇을 싫어한다면 청소로봇에게 불리한 쪽으로 편향된 자료만을 골라서 가져옵니다. 그 자료의 정확도나 자료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는 전혀 따지지 않고요.

 

추가 활용법: 충분한 자료를 수집한다면, 뮤즈는 분석을 시작할 데이터를 주지 않아도 알아서 자료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 경우 그 결과물은 사용자의 욕구와 욕망을 기반으로 하게 됩니다.

 

 

껍데기 ('비인간형 육체'를 나타내는 은어)

'인간 육체의 한계를 벗어납시다...'

 

설명: 메모맥스는 결국 데이터의 집합이고, 데이터는 어디로든 옮길 수 있죠. 그렇다면 굳이 그 데이터를 인간 육체에만 집어넣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새로운 육체를 골라서 며칠 사용해보고 불편해질 때쯤 새 껍데기로 건너가면 어떨까요?

 

효과: 플레이어는 자신의 메모맥스를 원하는 '껍데기'에 전송할 수 있습니다. 껍데기는 로봇, 무기, PDC, 자판기 등등이 될 수 있죠. 껍데기에 들어간 플레이어는 그 껍데기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그대로 적용받게 됩니다. 플레이어의 메모맥스가 껍데기를 떠나면 자폭 기능이 발동됩니다. (껍데기가 나쁜 의도를 가진 시민의 손에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함입니다.) 

 

오작동: 시민이 새로운 껍데기 사용에 익숙해지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R&D는 일반적인 인간 클론과 같은 유기체 껍데기가 손상되었을 때 메모맥스 데이터를 건져내는 건 잘 하지만, 껍데기가 손상되었을 때 메모맥스 데이터를 건져내는 건 약간 미숙합니다. 자폭 기능은 강제로 정지될 수 있으며, 빈 껍데기에 반역자가 자신의 메모맥스 데이터를 업로드해서 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자폭 기능이 발동할 수도 있죠.

 

추가 활용법: 특정한 시나리오에 맞게 껍데기를 특수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수중 전투에 쓰일 것만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전쟁로봇이라거나. 시민의 메모맥스는 그러한 특수 제작된 껍데기에 업로드될 수 있으며,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나면 또 다른 껍데기로 전송될 수 있습니다.

 

 

메모맥스 분석기

'내무감찰부의 심문을 뒤떨어진 것으로 만들자!'

 

설명: 메모맥스가 그저 데이터의 집합에 불과하다면, 직접 데이터를 읽는 게 낫지 않을까요? 죽은 시민이 있다면, 일시적으로 그 시민의 메모맥스 데이터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건 그 데이터를 읽어서 귀중한 정보를 찾아내는 것 뿐이죠!

 

효과: 시체가 있다면, 그 시체의 메모맥스 데이터를 다운로드해 시간을 들여 쓸만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메모맥스 데이터가 복구되면 사망한 시점으로부터 20~30분 정도의 기록이 손실되므로,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이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작동: 인간의 기억을 해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특수한 훈련을 받은 시민만이 해낼 수 있습니다. 특수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기억은 그 기억을 가진 시민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변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 떠올릴 때마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을 왜곡해 자신이 가지는 편견에 맞추려 하죠.) 게다가 기억을 가진 시민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기억을 변조할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가령 자신이 저지른 반역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거나 아예 잊어버릴 수 있지요. 그렇게 되면 메모맥스 데이터는 그 시민의 죄를 밝혀내는 데 쓸 수 없게 될 겁니다.

 

추가 활용법: R&D에선 어떻게 해야 현재 클론을 죽이지 않고도 메모맥스를 분석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