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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및 잡설

Paranoia: Perfect Edition 관련 소식 완전정리

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1990654819/paranoia-rpg-the-perfect-edition

 

상징적인 해, 1984년에 초판이 나온 후로 독특한 컨셉과 다른 대다수의 룰에서 볼 수 없는 초-경쟁적 플레이스타일로 두터운? 골수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SF 디스토피아 선동&날조 RPG, 파라노이아.

파라노이아의 7번째 판본인 'PARANOIA: Perfect Edition(이하 'PE판')의 킥스타터 페이지가 곧 열린다고 합니다!

가장 최신 판본인 PARANOIA: RED Clearance Edition(이하 'RCE판')이 2017년에 나온 후로 5년만의 신작 예고입니다.

그 다음 판본 낼 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름이 'Perfect' Edition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직 구체적인 펀딩 구성과 펀딩 계획, 출간 일자 등은 밝혀진 바 없으나, 킥스타터 펀딩은 10월 29일에 시작됩니다.

공식 포럼과 레딧의 r/ParanoiaRPG 게시판에 올라온 자료와 유저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전부 조사해 봤는데, 전체적으로 PE판은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옵션 규칙들을 조합해서 그 팀에 최적화된 규칙을 가질 수 있는' 판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변경 및 추가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풍자의 대상 변화

: 이전 판본인 RCE판에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매카시즘과 비이성적인 빨갱이 선동에 대한 공포를 ㅡ 저도 얼마 전에 캐릭터메이킹 진행하면서 '프롤레타리아'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그런 개념을 모르는 세대가 오고 있구나... 하고요 ㅡ 다른 풍자로 대체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알파 컴플렉스(룰의 배경이 되는 지하도시)의 주적을 '공산주의자'가 아닌 '테러리스트'로 삼았습니다. RCE판의 펀딩이 진행되던 2015년 전후에는 ISIL의 테러행위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슬람 문화와 외국인들에 대한 혐오가 퍼져나갔는데, 무산되었지만 '애국자법'같은 것도 만들어질 뻔 했었죠. 주적을 테러리스트로 설정한 것은 그에 대한 풍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밀 결사로 '공산주의자'를 어정쩡하게 남겨놓아서,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쓰지도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변화가 기존 팬들에게 '시리즈 기조와 너무 멀어졌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PE판에서는 알파 컴플렉스의 주적을 다시금 그리운 옛 이름, 공산주의자로 바꾼다고 하네요.

- 세계관에 대한 더욱 풍부한 설명들

: XP판 또는 트러블슈터즈판에서 RCE판으로 넘어온 마스터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던 게 있는데, 바로 'RCE판은 세계관 내에 여러 흥미로운 요소들을 더하긴 했지만, 그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알파 컴플렉스에서 쓰이는 장비라던가 시설, 구조물, 약물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너무나도 적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XP판에는 알파 컴플렉스에서 종종 쓰이는 약물들을 소개하는 챕터가 있고, 약물의 이름과 별칭, 형태, 지속 시간, 부작용 등이 전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RCE판에서는 약물 이름이 본문에 한두 번 언급되는 정도에서 그쳤죠. 물론 이러한 비판은 XP판이 세계관 설정을 소개한다는 면에서 너무나 탁월했기 때문인 부분도 있습니다. XP판 룰북 단 한 권만 자세히 읽어도 알파 컴플렉스의 모습을 머리속에 완벽하게 그려낼 수가 있었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한 번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졌으면 그에 맞추는 수밖에.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는지에 대해 밝힌 건 서비스 부처, 프로파간다 방식, 알파 컴플렉스의 유명인사들, 비밀 결사의 구조, 장비와 물건, 시설과 구조물, RCE판에 오면서 빠진 비밀 결사와 MBD들 정도고, PE판의 내용을 읽게 되면 '알파 컴플렉스가 더욱 구체적이고 불쾌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네요.

- 규칙의 변화

: 트러블슈터즈판이 XP판을 베이스로 해서 개선한 판본이었듯이, PE판은 RCE판을 베이스로 해서 상당한 개선 및 변경이 이루어진 판본일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 규칙도 RCE의 '하려는 행동에 맞게 능력치와 기능을 조합한 후 컴퓨터 주사위를 더해서 굴리기'를 그대로 이어간다고 하고요. 하지만 카드를 사용해서 전투를 진행했던 RCE판과는 달리 기본적으로는 카드를 쓰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직접 굴려본 입장으로써, RCE판의 카드를 사용한 전투는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며 플레이어들의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어 좋았지만, 행동 순서 면에서 혼란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은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새 판본에서는 전투 내의 행동 순서를 더 빠르게 정할 수 있는(fast initiative) 새 규칙을 도입한다고 하네요. RCE판의 핵심 자원이었던 Moxie(정신력) 또한 사용에 있어 거추장스러운 제한을 제거하고, 플레이어의 적절한 RP에 대한 보상으로 정신력을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등 XP판에서의 어거지 점수와 유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모양입니다.

한편으로 흥미로운 것은 PE 판본의 서플리먼트의 일종으로 함께 출간할 예정이라는 Paranoia Accomplice Book에 현존하는 모든 파라노이아 판본의 (5판 제외. 5판은 결코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규칙을 PE판에 적용할 수 있는 세부적인 방법들을 수록할 거라 예고했다는 건데요. 구판에는 존재했지만 RCE판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탈락한 비밀 결사들을 가져오는 법, 캐릭터의 체력 상황을 부상 단계라는 추상적인 상태로 나누는 게 아닌 구체적인 수치, 즉 HP로 표현하는 방법, 칭찬점과 반역점을 적용하는 법 등등... 이 부분에서 왜 판본명으로 'Perfect'라는 단어를 썼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 외에 세부적인 규칙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팬들의 질문에 어떻게 답했는지 살펴보니, 십중팔구 이렇습니다.

(예시)

Q. RCE판에서는 마스터가 주사위를 굴릴 수 없도록 되어 있는데, PE판에서는 다시 주사위를 굴릴 수 있게 될까요?

A. 마스터가 주사위를 굴릴 수 없는 쪽을 선호했다면 그런 옵션 규칙을 적용하면 되고, 마스터가 주사위를 굴리는 쪽을 선호한다면 그런 옵션 규칙을 적용하면 됩니다.

이로 미루어보건데, 앞서 말했듯이 PE판은 온갖 요소를 적용할 수 있는 옵션 규칙들을 많이 제시해 두고, 플레이어와 마스터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옵션 규칙들을 조합해서 그 팀에 최적화된 규칙을 가질 수 있는 그런 판본이 될 듯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류의 질문들에 대해 '파라노이아 마스터인 당신이 정하는 게 곧 규칙이니 알아서 마음에 드는 쪽으로 만들어서 하세요~'라는 스탠스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해 줄 거라 예상합니다. 아주 긍정적인 변화로군요.

- 새로운 삽화 스타일

: 파라노이아에는 판본만큼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삽화들이 있어 왔습니다. SF 느낌이 절절했던 때도 있었고, 코믹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졌던 때도 있었으며, 둥글둥글하고 친근한 느낌일 때도 있었죠. 아직 최종 사안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좀더 사실적이고 생동감있는 그림체가 될 전망입니다.

(아래 그림 순서대로 1판-2판-5판-XP판-트러블슈터즈-RCE판-PE판)

 

 

- 그 밖의 추가 요소들

: 비밀 결사의 특수 능력과 서비스 부처의 특수 능력, 마스터가 NPC를 운용하는 데 대한 새로운 규칙, 아시모프 회로에 대한 새로운 해석, 빅 브라더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은, 새로운 사회적 현상들에 대한 풍자들, Foundry VTT 등 ORPG 플레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을 법한 지원물들, 이 판본으로 파라노이아에 입문하고자 하는 뉴-비들을 위한 플레이 예시 다수, 기깔나는 새 캐릭터 시트...

원래부터 파라노이아를 사랑해왔던 팬들도, 파라노이아에 관심이 있어 입문해보려고 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아니 아주 많이 기대할 수 있는 판본으로 보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펀딩 옵션은 안 나왔지만, 환율만 좀 괜찮았더라면 같은 돈으로 더 높은 등급 후원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게 참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