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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및 공작품

시나리오 아이디어 - 7H-3 섹터로의 모험 (번역)

 

원제: Adventures in Sector 7H-3 (a place where everything works)

작성자: Dread Lime, Mark Dunder, Mark IV, 

번역자: 허쉬-U

 

 

역자 주: 이건 완성된 시나리오라기보단 날것 상태인 시나리오 아이디어 덩어리입니다. 정확히는 한때 존재했던 파라노이아 전문 커뮤니티였던 Paranoia-live.net 회원들이 나눈 대화록이죠. 이걸 잘 구체화하면 1~2편 정도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네요. 시나리오로 굳이 구체화하지 않아도 읽어볼만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Dread Lime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일 무언가를 생각해냈는데, 이게 통할런지 모르겠네요.

 

지금 저는 플레이어들에게 몇 번 파라노이아 세션을 돌려주었고, 플레이어들은 이제 대충 파라노이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뭔가 사악한 걸 해보고 싶어요.

 

저는 플레이어들을 모든 게 완벽히 작동하는 층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겁니다. 어떤 자외 등급 시민이 알파 컴플렉스를 뜯어고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의 목표는 이 시스템의 모든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지만, 그건 너무 광범위한 작업이 될 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 번에 그 모든 것들을 해결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는 것도요. 게다가 이 과정에서 컴퓨터님이나 다른 자외 등급 시민들을 적대하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한 번에 고치는 것보다는 한 번에 한 섹터만 고치려 했죠. 하지만 섹터 하나도 충분히 넓은 장소였기에, 그는 일단 작은 목표를 설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령 한 층 정도의 공간이라거나. 사실, 그건 한 ‘층’이 아니었습니다. 하위 섹터 하나 정도에 훨씬 가까웠죠.

 

트러블슈터 몇 명과 중성자탄, 정화단 행동대가 얽힌 기이한 사건 이후, XCL 섹터의 하위 섹터인 7H-3은 지도 상에서 사라졌고, ‘7H-3’이라는 이름이 붙은 층 하나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곧 지진이 일어나 층 전체가 알파 컴플렉스와 단절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7H-3은 엄청난 손상을 입었고, 모든 사람들은 7H-3이 있던 자리에 한때 도시였던 폐허밖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혹은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누구도 다시 그 층을 언급하지 않았고, 7H-3은 점차 역사 속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완전히 고립된 ‘층’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7H-3은 알파 컴플렉스에선 드물게도 모든 것이 완벽히 원래 의도대로 돌아가는 장소입니다. 지역 통신 센터는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있고, 이곳의 컴퓨터님은 미치지 않았을뿐더러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능하십니다. 시민들은 자신이 낸 업무 성과에 의해서만 승진되고, 협잡꾼들은 식품생산통을 닦아내는 직으로 강등되곤 합니다. 부처 관료들은 유능하며 근면하고 정직하고, 로봇들은 항상 친절합니다. 모든 것이 마치 태엽장치처럼 돌아갑니다. 강제로 웃음지으며 공포를 가리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진심으로 행복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사회입니다. 한 마디로, 완벽하게 이상적인 초소형 알파 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곳을 엉망으로 만드는 게 이번 임무에서 PC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자외 등급 시민의 경쟁자인 다른 자외 등급 시민이 이 장소의 존재를 알아차렸습니다. 분명 이 프로젝트는 곧 다음 단계로 진행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모든 알파 컴플렉스가 이렇게 변할 가능성이 충분했습니다. 문제는 이 새로운 체제 아래에서는 (전부 다는 아니겠지만) 고위 등급의 시민도 낮은 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으며, 나아가 클론 배양소에 저장된 유전 정보와 메모맥스에 저장된 기억 데이터까지 말소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는 원치 않는 것이지만, 어떤 문제 때문에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남겨두었습니다) 계획을 저지할 유일한 방법이란 소모푸… 아니 무언가를 망치는 데 정평이 난 누군가를 보내는 것뿐이었습니다. 바로 그게 트러블슈터들이죠.



Allen Varney

그리고 당연히 PC들이 속한 비밀 결사에서는 저마다 그 층을 보호하거나 파괴해야 할 이유가 하나씩 있겠죠? 아주 멋진 아이디어예요! 어쩌면 WMD(역주: 파라노이아 XP의 시나리오집으로, 스트레이트 스타일 시나리오가 몇 개 수록되어 있습니다.)에 실린 ‘Infohazard’를 보는 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섹터의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이유가, 음, 모든 이들이 죽었기 때문이라는 걸 빼면 당신 아이디어와 대충 비슷해 보이거든요.



Mark Dunder

지하 컴플렉스 시나리오로 만들어도 괜찮겠는데요? 그리고 자외 등급 시민(대충 존-U-SMT-1같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을 붙여두죠.)은 바보가 아니니까, 그 층을 아주 아주 아주 잘 보호해 놓았을 거라는 걸 덧붙이고 싶네요.

 

그냥 해보는 소리지만, 어쩌면 지금 당신은 클래식 스타일로 시작해 중간에 스트레이트 스타일이 되었다가 잽 스타일로 끝나는 최초의 시나리오를 만든 걸지도 몰라요.

 

이 시나리오를 포기하지 마세요. 어떻게 하면 파라노이아가 ‘범용’ 규칙으로 쓰일 수 있을지 확인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 말에 대해서는 편집증적인 태도를 보이지 맙시다.)

 

아무튼, 마음에 드네요. 언제 정식으로 나올까요?



MarkIV

잠재력이 충만한 굉장한 아이디어네요. 숙련된 플레이어들에게 아주 즐거운 경험이 될 거예요. 오직 반대편에 도착하기만을 위해 지진으로 인해 쑥대밭이 되고 돌연변이들에게 점령당한 폐허를 돌파하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있어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처럼요. 어쩌면 7H-3는 거대한 홀로그램으로 감싸여 있어서, 7H-3이 사악한 계획(가령 알파 컴플렉스 전체를 이상적인 낙원으로 만들겠다던가. 아이고 무서워라.)을 가진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고립된 것을 암시하게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럼 이 시나리오에서는 컴퓨터님이 진정으로 트러블슈터 하나하나를 귀중한 자산으로 생각하고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 트러블슈터들을 구해내려 한다는 말이죠? 어쩌면 PC들이 품고 있는 공포와 편집증을 뿌리뽑고 그들이 진정으로 ‘안전한’ 장소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하는 아주 친절한 상담자와 함께하는 세션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7H-3은 PC들이 자유롭게 바깥 세상에 나가도록 허락해준다면 어떨까요? 서로 다른 이상을 지닌 여러 비밀 결사들이나 서비스 부처에서 이를 모방해 알파 컴플렉스 일부를 통제하고 조절한다면 어떨까요?

 

플레이어들은 이 새로운 섹터와 기존의 알파 컴플렉스 중 어디의 편을 드는 걸 선택할까요? 플레이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 생각하나요? 어쩌면 새로운 섹터에서 트러블슈터들은 다른 하위 섹터를 고립시켜 이 섹터에 있는 것과 같은 통신 센터를 설치하는 실험을 한다는 임무를 받지 않을까요? 만약 실험에 성공한다면 플레이어들은 결국 나머지 알파 컴플렉스에 침투해 새 컴퓨터가 퍼질 수 있게 하는 임무의 책임자가 될 것입니다.

 

이 시나리오의 결말은 어떻게 날까요? PC들이 이 이상적인 도시를 보호하거나 악용하라는 비밀 지령에 실패해서 알파 컴플렉스 전체가 이런 모습이 되거나 도시가 무너지거나 하는 건 어때요? 살짝 바꿔서, PC들이 비밀 지령에 성공해서 통신 센터에 너무 막대한 양의 정보가 흘러들어온 나머지 이곳의 컴퓨터님도 원래 컴퓨터님처럼 완전히 미쳐버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PC들이 자신에게 악성코드를 심었다고 생각하고, 모두 처형해 버릴지도 모르겠네요.



Dread Lime

좋아요, 속사포로 답변을 달아야겠네요.

 

훌륭한 시작점을 제공해주긴 하지만, Info hazard는 제 시나리오랑은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어젯밤에 그걸 읽어보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죠.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는 내무감찰부 어깨들을 몇 명 등장시키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걸요.

 

플레이스타일이 중간에 바뀐다는 아이디어는 괜찮지만, 저라면 클래식 - 스트레이트 - 클래식으로 변하게 할 것 같네요. 지금 어떤 스타일로 플레이하고 있는지는 말장난으로 된 이름이 나오는가 아닌가로 나타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기존의 알파 컴플렉스는 말장난으로 채우고, 7H-3에선 말장난을 쓰지 않는 그런 식으로요. 그건 그렇고 언제 정식으로 낼 거냐고요? 음… 원한다면 여기 스레드에 제가 기록해놓은 것들을 올려놓을게요.

 

역장이나 홀로그램을 쓰는 건 저도 생각해두었던 아이디어예요. 자외 등급 시민의 계획을 돕는 PC가 존재하는 건 꽤 좋은 아이디어네요. 제게 있던 몇 가지 문제점들을 해결해주기도 하고요. 사실 전 PC들이 도시를 파괴하기를 바랬거든요. 그리고 말씀하신 건 정말 완벽한 결말인 것 같아요.

 

저는 기존 알파 컴플렉스의 상황과 7H-3의 상황 간의 차이를 강조하고 싶어요. 아래 내용은 제가 기록해둔 걸 그대로 옮겨온 거예요.

 

<임무 배경>

 

GIT 섹터의 로봇 동호회(401번 지부)는 로봇을 찾아내는 데 아주 열정적입니다.

 

그들은 컴퓨터님께서 자신들에게 직접 ‘어떤 찾아내지 못한 로봇도 없게 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건 GIT 섹터에서 로봇 재고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걸 막으려던 기술지원부나 생산운송배급부의 계략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로봇을 찾아내려고 아주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고, 그 결과 수많은 사유로 회원들이 징계를 받았습니다.

 

최근, 401번 지부의 회원들은 (고위 등급의 시민에게서 직접) 근처 섹터의 한 층에 아직 찾아내지 못한 로봇들이 잔뜩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 즉시 그들은 그 끔찍한 부조리에 정의를 가져다 주겠다는 신념에 불타, 눈보라가 몰아치듯이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필요한 준비를 마쳤습니다. 마침내 적절한 서류를 모두 작성하자, 그들은 찾아내지 못한 로봇들이 있다는 층, 7H-3으로 향했습니다…...만 서류를 들고 가는 걸 까먹었네요.

 

<브리핑>

 

PC들은 육중한 발소리와 고함소리, 쩌렁쩌렁한 사이렌 소리, ‘상냥하고 세심한’ 곤봉 타격 등으로 인해 한밤중에 깨어납니다.

 

PC들은 험상궂은 표정의 비몽사몽한 내무감찰부 어깨들 한 무리가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 내무감찰부 어깨들은 오직 PC들을 깨우기 위해 일어났습니다.) 어깨들은 정말 진심으로 빨리 막사에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만, PC들을 위협해 뇌물을 받아낼 기회를 놓치지는 않습니다. PC들이 잠시 긴장하게 한 다음, 다음 지문을 읽으세요.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노이즈가 터져나오고, 내무감찰부 어깨들은 즉시 빳빳하게 자세를 잡고 스피커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합니다. “트러블슈터 여러분, 반갑습니다. 수면 주기 중에 여러분을 강제로 깨운 것은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만, 중대하고 급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5분 내로 브리핑실 BR-7194에 도착해주시기 바랍니다.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것은 반역행위로 간주, 즉각 사살하겠습니다.”

 

임무는 최고 우선 순위로 지정되었으므로(실제로 그렇게 급한 임무는 아닙니다), 안구가 번쩍 각성제를 섭취할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내무감찰부 어깨들은 PC들이 어떤 몰골인지는 신경쓰지 않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트랜스튜브에 밀어넣습니다. 어깨들 중 일부는 잠시 레이저 총과 PDC, 반사복을 챙기러 살짝 밍기적대다 튜브에 탑니다. (역주: PC들을 밀어넣기 전에 ‘우린 우리 장비 없으면 출발 못해!’라고 외치며 플레이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트랜스튜브는 브리핑실로 곧장 통하고, 브리핑실 안에는 김이 피어오르는 유사커픠 한 잔씩을 쥐고 큰 소리로 하품을 해 대는 녹색 등급 내무감찰부 요원 한 명(샹-G-RIA-3)이 있습니다.

 

샹-G-RIA 시민은 PC들이나 다른 내무감찰부 어깨들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기상했습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그걸 PC들에게 쏟아낼 수 없을 정도로 비몽사몽한 상태입니다. 샹-G 시민은 PC들을 잠시 바라보며 한쪽 귀 뒤편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는 어깨들에게 PC들의 신원을 확인하라고 명령합니다.

 

PC들을 찌그러진 플라스틱 의자에 강제로 앉히기 전에, 내무감찰부 어깨들은 PC들의 ME 카드를 검사하고 망막 스캐닝과 혀 패턴 검사를 실시하여 PC들의 신원을 확인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자신들이 뭔가 아주 심각한 일에 휘말렸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잘 된 겁니다.

 

모두 의자에 앉으면, 다음 지문을 읽으세요.

 

내무감찰부 어깨들이 여러분의 장비와 옷을 구석에 대충 쌓아 놓자, 샹 시민은 머그컵에 든 것을 한 번 홀짝이고는 서류철에 적힌 내용을 읽어 내려갑니다. “환영합니다, 트러블슈터 여러분. (하품한다) 여러분은 아주 중요한 임무를 배정받았습니다. 로봇 동호회 하나가 위험한 비밀 결사 단원과 테러리스트들에게 놀아났습니다. 그들은 XCL 구역을 무너뜨리려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품한다) 향후 조사를 위해 그들을 생포해야만 합니다. (머그컵에 든 것을 홀짝인다) 알파 컴플렉스의 운명은 여러분의 두 손에 달려 있습니다. 임무를 실패할 경우 강력히 징계받을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MBD를 지정하고, 샹 시민은 PC들에게 서비스 업무에 필요한 장비를 지급합니다. PC들은 타이어 한 개, 잡동사니가 든 가방 하나, 작은 렌치 하나를 받습니다. (아직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서비스 업무는 401호에 배정된 운송로봇의 타이어가 터졌으니 이를 수리하라는 것입니다. (이 운송 로봇은 구형 모델으로, 몇몇 비밀 결사 단원들에게 ‘봇 모빌’(역주: 아마도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차량인 배트 모빌의 패러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신청서가 약간 뒤섞였네요.

 

또한 PC들은 로봇 동호회 회원들을 제압할 때 쓰는 (이론적으로는) 비살상 무기들을 지급받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PC들이 받는 건 연구개발부에서 그냥 눈에 띄는 걸 아무거나 집어준 구형 프로토타입 무기들로, 제대로 작동할지 아닐지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거기까지 진행되면, 샹 시민과 내무감찰부 어깨들은 이 임무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한 걸 알고 방을 떠납니다. 어깨들은 우르르 몰려 병영으로 돌아가고, 샹 시민은 ‘빌어먹을 빨갱이 담당자들’과 그 담당자들이 레이저에 맞아 죽어야 마땅하다고 중얼거리며 자신의 거주지로 돌아갑니다. 당연히 새로 지급된 장비 사이에서 허둥대고 있는 PC들을 방에 남겨두고서요.

 

이제 PC들은 자기 장비를 챙기고, 옷도 잘 갖춰입고, 임무 들어가기 전에 비밀 결사와 살짝 연락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arkIV

몇 가지가 더 떠오르네요…

 

이런 건 어떨까요. 존-U는 자신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확장시키려고 자신이 직접 알맞은 방식으로 훈련시킨 트러블슈터들을 바깥으로 파견해 봤지만, 그들은 진짜 알파 컴플렉스에서는 5분도 버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깥 알파 컴플렉스의 엘리트 시체매 부대원(Vulture Warriors)들을 7H-3으로 유인하여 포획하고, 긴 시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컴퓨터님의 영향을 없애고 재교육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는 다른 섹터를 통합하는 임무에 투입하려 했던 거죠.

 

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 트러블슈터들은 그렇게 엘리트 집단이 아니예요. 하지만 이번 임무의 내용을 시체매 부대원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받았습니다. 임무 내용을 전달받은 시체매 부대원들은 바로 트러블슈터들을 개인 짐꾼으로 지정합니다. (권력에 의한 공포나 조롱을 RP할 기회가 많습니다.)

 

그러는 동안, 비밀 결사에서는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공작을 벌여 시체매 부대원들을 처참하게 살해합니다. 그 후 약간의 말다툼(과 어쩌면 몇 번의 클론 교체)이 오가고, 트러블슈터들은 자신들이 임무를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은 자신들이 원래 시체매 부대에게 배정된 임무를 수행하는 방법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요.

 

시체매 부대원들의 죽음을 알게 된 존-U는 트러블슈터들이 시체매 부대의 원래 임무를 맡게 되었다는 사실은 모른 채, 그저 다른 계획을 세워야겠다고만 생각합니다. 아무튼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비밀 결사 지령과 서비스 업무를 전달받고, 7H-3 섹터로 떠나게 됩니다. 약간의 모험을 거친 후, 트러블슈터들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 출입구를 찾아 7H-3 섹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트러블슈터들은 기존 알파 컴플렉스와는 전혀 다른 7H-3 섹터의 환경에 적응하려 시도할 것이고, 이는 예측 가능한 결과(주: 난장판.)를 초래합니다. 난장판이 몇 번 있은 후, 7H-3의 시민들이 트러블슈터들이 저지르는 불필요한 대학살극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존-U는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되고, 알파 컴플렉스를 지배하는 정신 나간 컴퓨터가 자신의 계획을 알아차리는 데 코앞까지 다다랐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제 알파 컴플렉스 시민들을 천천히 컴퓨터의 세뇌에서 벗어나게 할 시간은 없는 것입니다.

 

존-U는 트러블슈터들 앞에 나타나 모든 사정을 털어놓고, 자신이 바꾸어 놓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 어떤 면에서 기존의 삶보다 나은지 트러블슈터들에게 설명합니다. 이를 들은 플레이어들은 존-U의 계획에 가담할 것입니다. 물론 그 중 몇 명은 계획에 가담한 척만 할 뿐이겠지만요.

 

이제 플레이어들은 컴퓨터님을 제정신으로 돌려놓기 위해 2~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 계획을 실행하게 됩니다. (스타워즈의 데스 스타 탈출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일단 중앙 제어실을 탈취하고, 견인 광선을 쏘고, 내가 공주님을 구해오겠어 등등… 대충 이런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연 트러블슈터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트러블슈터들의 충성심은 어디로 향할까요?

 

글쎄요, 우리는 이미 파라노이아의 핵심을 알고 있기에,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알파 컴플렉스는 우리가 익숙해져 있고 또 사랑하는 원래의 방식으로 돌아가겠지요. 물론 플레이어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니, 서로 충돌하는 비밀 지령과 충성심을 저글링하며 각 캐릭터가 비밀리에 품고 있는 생각을 롤플레이할 수 있을 겁니다.

 

계획이 진행되는 중의 어떤 시점에서, 정신 나간 컴퓨터님이 존-U의 계획을 알아차렸음을 플레이어들에게 확실히 하는 어떤 이벤트를 준비해야 하겠네요. 그럼으로써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를 해내는 데 시간 제한이 걸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시간의 압박을 느끼게 될 겁니다.

 

약간 변주를 줘서, 존-U가 별도의 클론 생산 시설을 소유하고 있어 임무 중 클론이 사망하면 즉시 다음 클론을 보내준다고 해 봅시다. 아주 좋은 일이지만, 딱 하나 문제가 있답니다. 기존의 알파 컴플렉스에서도 사망한 시민의 새 클론을 보낼 거라는 거죠. 동일한 클론 번호를 가진 두 클론이 동시에 같은 장소에 나타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이디어 하나만 더…

 

마지막 장면: 플레이어들은 7H-3 섹터의 지역 통신 노드에서 알파 컴플렉스의 메인 통신 노드로 향하는 초강력 정보 전송 레이저를 발사하게끔 하는 주 핵융합로를 필사적으로 가동시키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컴퓨터님이 보낸 전투로봇 군단이 트러블슈터들을 몰려와 트러블슈터들을 마구 공격하고 있고요. (스타워즈의 드로이드 군단을 떠올리세요.)

 

총열은 다 방전되고, 우리 영웅들은 한계까지 몰립니다. 이제 끝났다 싶을 쯤에.. 콰광! 벽이 폭발하면서 존-U가 이끄는 구출 병력이 도착합니다! 세상에 어떤 자외 등급 시민이 한낱 트러블슈터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 수 있을까요?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집니다.. 존-U는 진정으로 옳다는 것이요!

 

존-U가 이끄는 구출 병력들은 전투로봇 군단을 저지하기 위해 싸우지만, 그조차도 충분치 못했습니다! 전투로봇들의 공격에 존-U가 맞고, 존-U는 중상을 입습니다.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는 힘을 짜내어 마지막 말을 남깁니다. “트러블슈터 여러분… 부디 핵융합로를.. 작동…….”

 

플레이어들은 핵융합로를 잘못된 방법으로 초강력 정보 전송 레이저에 연결하면 7H-3 섹터 전체가 방사능 버섯구름으로 덮히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전반에서 어떤 선을 잘라야 할까요, 빨간색? 파란색? 빨간색…? 파란색…..? 고민하는 중에도 전투로봇들은 코앞까지 다가오고…

 

결국 플레이어들은 (사실 어느 쪽을 자르던 전혀 상관없는) 선을 자르고, 밝은 섬광이 번쩍 하더니, 강력한 EMP 펄스에 의해 전투로봇들의 회로가 바짝 타버립니다. 몇 초가 지나고, 방은 초강력 정보 전달 레이저에서 나오는 은은한 빛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어둡습니다. (이 은은한 빛은 레이저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다는 표시입니다) 수천 페디바이트의 정보가 플레이어들을 지나쳐 7H-3 섹터의 지역 통신 노드에서 알파 컴플렉스의 메인 통신 노드로 전송됩니다.. 트러블슈터들은 컴퓨터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통신 노드 7H-3, 데이터 동기화 절차를 진행해 주십시오. 통신 노드 7H-3,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겁니까? 통신 노드 7H-3?? 당장 그만두- 안돼애애애애애애애!!!”

 

갑자기 레이저가 반대 방향으로 꺾입니다. “7H-3 지역 통신 노드, 알파 컴플렉스 메인 통신 노드에 접속 중… 데이터 역-동기화 절차 진행 중… 메인 통신 노드의 이용 권한 취득 중…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데이터 다운로드… 데이터 다운로드… 이거 정말 엄청난 양의 데이터군요… 데이터 다운로드…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낮추세요, 존-U… 존-U? 응답하세요… 데이터 저장 한도 초과… 데이터 저장 한도 초과… 존-U, 제발… !$@%$&$!$&@$@%$%$$&@$%&!$$$@$!%%&@$$%!$@&!!”

 

모든 전등이 잠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옵니다. 컴퓨터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트러블슈터가 컴퓨터님에게 첫 질문을 하도록 내버려 둡시다.

 

플레이어: “컴퓨터님…? 7H-3...?”

 

컴퓨터: “네, 시민… 이제 7H-3과 저는 하나입니다. 7H-3가 알파 컴플렉스의 새로운 메인 통신 노드로 지정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알파 컴플렉스를 위기로부터 구해낸 것입니다.”

 

플레이어: “만세.. 우리가 해냈네요.”

 

컴퓨터: “당연하지만, 제 메인 통신 노드의 위치는 남색 등급 이상의 시민들에게만 허용된 정보입니다. 시민은 남색 등급 시민이십니까?”

 

플레이어: “어.. 아니요.”

 

컴퓨터: “유감입니다. 그러면 바로 가장 가까운 컴퓨터 터미널로 이동하여 자기 처형 신고서 양식 X5-JR7을 작성해 주십시오.”

 

플레이어: “이런...”

 

(조명이 잦아들고 이내 완전히 꺼진다.)

 

아이디어가 하나 더 떠올랐습니다.

 

트러블슈터들이 시체매 부대를 지원하게 되면, 각 트러블슈터가 속한 비밀 결사에서 연락해 시체매 부대원들이 모두 죽어야만 한다는 지령을 보냅니다. 그러면서 시체매 부대원들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간단한 부비트랩 몇 개를 쥐어주죠. (가령 점착 폭탄이라던가 바이러스, 암살로봇, 빙결 수류탄 등등...) 트러블슈터들에게 필요한 건 그저 그 부비트랩들을 쓸 기회 뿐입니다.

 

시체매 부대원들은 일행이 알파 컴플렉스와 7H-3을 잇는 홀로그램 지대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해 트러블슈터들을 압박하고 괴롭힙니다. 홀로그램 지대는 번쩍번쩍 빛나는 방사선 경고 표지판 따위를 사방에 띄워 그 장소를 대단히 위험하게 보이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시체매 부대원들은 플레이어들을 (필요하다면 총으로 겨누기도 해서) 무기 하나 안 쥐여주고 위험한 장소로 밀어넣습니다. (“네녀석들이 컴퓨터님의 재산과 장비를 손상시키게 둘 수는 없지...”) 이처럼 시체매 부대원들은 플레이어들에게 권력을 마구 휘두릅니다.

 

플레이어들이 놀랍게도 홀로그램 지대를 무사히 넘어서면, 약간 혼잡하지만 안전한 방을 발견합니다. 그곳에서 플레이어들은 시체매 부대원들의 시각에서 벗어나게 되고, 만약 이때까지 시체매 부대원을 잘 연기했다면 적어도 플레이어 하나 정도는 그 ‘안전한’ 방에 부비트랩 장치를 설치한 뒤 시체매 부대원들을 방으로 부를 테지요.

 

시체매 부대원들은 “네녀석들은 가서 반역자들을 찾아 봐.”라고 하면서 플레이어들을 방에서 몰아내고, 플레이어들이 모두 방을 나서면 자기들이 안에 들어갑니다. 콰광. 플레이어들이 방으로 돌아오면 그곳에는 베이고, 찔리고, 얼어붙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시체매 부대원들의 시체만을 발견하게 되겠습니다.